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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유정담

2013년 03월 - 문화유산현장 이야기 저개발국 세계유산 보존관리지원 사업을 준비하며…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3-12-12 조회수 : 3095

 

 

 

공적개발원조(ODA)의 새로운 방향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이하 ODA)는 ‘개발도상국의 경제사회개발을 증진할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국제적인 원조를 의미한다. 일방적인 기부를 하던 공적개발원조는 근래에 들어 상호주의적이며 평등한 관계를 강조하고, 경제협력 분야 외에 사회, 문화 분야까지 확대하려는 국제개발협력(International Development Cooperation) 이라는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다. 2015년까지 세계사회는 MDGs(Millenium Development Goals)라는 8대 과제의 달성을 목표로 다양한 국제원조를 전개하고 있다.

 

MDGs 8대 과제는 빈곤해결, 초등교육, 성평등, 아동사망률 감소, 모자보건, 질병퇴치, 지속가능한 환경, 글로벌 파트너십 조성 등이다. 경제 선진국의 문턱에 올라선 한국에서는 과거의 일이 되어버린 문제들이 아직도 지구촌 곳곳에서는 묵직한 삶의 무게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현실이다. 먹고사는 문제가 중요한 상황에서 문화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쉽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문화는 먹고살 만한 사람들이 누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경제성장에 힘을 쏟다보면 전통과 문화는 시나브로 사라져버린다는 사실을 우리의 역사를 통해 뼈저리게 경험했다. 그래서 개발에 따른 경제성장과 자립을 추진하는 것과 함께 개도국의 전통적인 가치와 문화를 보존하는 노력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된다.


문화 분야의 공적개발원조
유네스코를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들은 자국의 문화유산뿐만 아니라 인류의 문화유산 보호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전쟁 및 내란으로 인한 문화유산의 파괴를 반대하며, 자국의 문화유산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경제적인 이유 또는 다른 다양한 이유들로 버려지고 황폐화되는 문화유산에 대해서는 국경을 초월한 보존관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래서 유네스코에서 정한 명칭도 세계유산,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이다. 유네스코와 세계 각국은 이들 세계유산을 선정하여 등재하고, 보존 및 복원과정을 거친 후,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한 유지관리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이고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문화유산 복원사업이 MDGs에 속하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인류문화유산 보존관리에 대한 사명감을 가지고 국제적인 원조를 전개하고 있다.


문화유산 중에서 보존관리가 더욱 필요한 것은 무형유산 분야지만 이는 가급적 현지인들이 중심이 되어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래서 유형유산에 대한 복원을 통해 현지인들이 문화유산의 중요성을 느끼고 보존관리에 직접 참여하도록 하고, 이를 바탕으로 무형유산의 보존관리까지 확장하는 단계를 거친다. 그리하여 경제성장의 물결 속에서도 그들의 소중한 문화유산과 전통들이 지켜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문화 ODA의 순기능이자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빈곤 극복과 경제 개발에 치우쳐 문화와 정신적 가치를 훼손했던 역사를 갖고 있는 한국의 아픈 경험이야말로 저개발국의 경제성장 방향과 과정을 설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국제원조를 통한 문화유산의 회복사례는 캄보디아의 앙코르 유적이다. 크메르 왕국의 멸망 이후 시암제국의 오랜 지배, 프랑스 식민통치, 캄보디아 내전을 겪으면서 황폐해진 앙코르 유적은 작년에 서거한 시하누크 국왕의 노력으로 1990년대 초반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고, 국제원조를 받아들이면서 복원사업을 시작하여 20여 년이 지난 현재,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에서도 제외됨은 물론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문화유산 복원현장의 모범사례가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유형유산뿐만 아니라 무형유산의 복원과 인근 주민들의 참여를 통한 문화유산 공동체 조성에 이르기까지 문화유산의 회복과 재건에 앞장서고 있다.

 

 

한국이 세계유산 복원사업에 참여한다는 것은?
한국은 지난 2010년 1월 1일부로 경제개발협력기구 개발원조위원회(OEDC DAC)의 24번째 회원국이 되었다. 이와 함께 지위에 상응하는 국제적인 기여를 해야 하는 도덕적 책임이 발생했지만, 한국의 국제원조 규모는 24개 회원국 평균치의 1/3에 불과하며 굳이 순위를 매기자면 겨우 꼴지를 면한 수준이다. 특히, 회원국들 중에서 한국만이 유일하게 세계유산 복원사업에 참여하지 않고 있었다. 앙코르 유적으로 유명한 캄보디아 씨엠립의 경우 KOICA에서 시행하고 있는 순환도로 개설사업이 매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한국 관광객을 포함한 많은 관광객들이 그 도로를 이용하고 있지만, 가이드의 설명 없이 한국의 원조에 의해서 개통된 도로라는 것을 인지하는 것은 어렵다. 만약 한국이 앙코르 유적 복원사업을 시작한다면 한국이 세계유산 복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이 전 세계에 알려질 수 있으며 순환도로 개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긍정적 파급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동남아에 한류의 바람이 분다고는 하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한국의 역사는 2차 대전 이후의 신흥공업국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한국의 오랜 역사와 문화는 중국, 일본, 인도 문화에 비해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한국이 동아시아의 세계유산 복원사업에 참여한다는 것은 단순히 현지의 문화유산을 복원해 주고 그들의 문화적 전통을 보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결과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의 역사문화적 전통과 동아시아와의 관계성을 알리고, 문화적 다양성과 유사성을 통해 민간차원에서 국가 간 연대를 더욱 강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든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의 세계유산 보존관리지원 사업
올해부터 재단은 라오스의 세계유산인 왓푸(Vat Phou) 유적군에 속하는 홍낭시다 사원의 보존관리지원 사업을 시작한다. 1단계 3년의 기간 동안 홍낭시다 주신전의 전면부에 해당하는 플랫폼과 만다파 구역에 대한 고증연구 및 기초조사를 실시하고, 해체·보존처리·복원시공을 진행할 예정이다. 후면의 봉안소(cella) 영역은 별도의 고증연구가 이루어진 후에 사업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한국의 세계유산 복원사업은 이번이 첫 번째 시도인 만큼 많은 부분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1단계 사업은 공공기관 중심으로 현지에 전문인력이 파견될 예정이다. 이후 사업의 현지화과정이 연착륙되면 세계유산 복원사업에 참여하고자하는 여러 기관들이 함께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되고 협업으로 인한 시너지가 발생할 것이다. 문화유산 복원을 통해 국제적인 소통이 이루어지고 서로에게 유·무형의 도움이 되도록하여 상호 발전하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을 중심으로 진행하는 저개발국 세계유산 보존관리지원 사업의 목적이고 참된 가치라 할 수 있다.

 

글˚박지민 (기획조정실 국제교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