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소식
국유정담
“Accepted”
지난 12월 5일 프랑스 현지시각 9시 15 분경. 제7차 무형문화유산 정부간위원회 의장의 선언과 동시에 아리랑의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 최종등재가 만장일치로 확정되는 순간, 늦은 시간까지 가슴을 졸이며 자리를 지킨 많은 국내외 관계자들이 환호와 축하를 보냈다.
이어 경기민요 보유자인 이춘희 선생이 회의장에서 직접 아리랑을 불러 등재 확정에 화답했다. 이로써 한국은 종묘제례·종묘제례악, 판소리, 강릉단오제 등 기 등재된 세계무형유산에 이어 총 15건의 인류무형문화유산을 보유하게 됨으로써 중국,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무형유산을 유네스코 목록에 등재시킨 나라가 되었다.
왜, 아리랑인가
아리랑은 지금도 충분히 다양하고, 앞으로도 더욱 다양해질 것이다. 경상남도 일원의 ‘밀양아리랑’, 호남의 ‘진도아리랑’, 강원도 일대의 ‘정선아리랑’ 등 3대 아리랑 외에도 3대 아리랑을 창의적으로 윤색하여 새롭게 창조한 ‘경기아리랑’, ‘서울아리랑’, ‘공주아리랑’ 등 신민요 아리랑이 전국에 고루 분포되어 있다. 또한 해외의 ‘독립군아리랑’, ‘연변아리랑’을 비롯하여 카자흐스탄에 거주하고 있는 동포들의 아리랑 등 전체적 규모를 명확히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유네스코는 ‘아리랑 아리랑 아리리요’의 후렴구를 갖는 노래를 아리랑으로 정의하며, 아리랑이 특정 지역, 특정 계층에만 머무르지 않고 세대를 거쳐 재창조되고 다양한 형태로 전승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내면 표출을 통한 카타르시스와 감정이입이 예술행위의 궁극적인 목적이라는 측면에서, 지역과 이념 그리고 계층의 차이를 넘어 다 함께 부를 수 있는 무한한 ‘창조성’이야말로 아리랑이 우리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으로 첫손에 꼽히고, 이번 등재소식에 그 어느 때보다도 범국민적 관심과 축하가 이어지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무형유산위원회 산하 심사소위원회인 심사보조기구는 “아리랑의 인류무형유산 등재로 무형유산 전반의 다양성과 인간 창의성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는 계기가 될 것”, “아리랑은 다양한 사회적 맥락 속에서 지속적으로 재창조되며, 공동체의 정체성을 지키고 사회적 단결을 제고하는 역할을 해왔다.”라고 밝히며 아리랑의 ‘다양성’과 ‘창조성’이 가진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또 무엇보다, 아리랑은 우리에게 친숙하다. 오랜 시간 아리랑은 중요한 순간순간마다 국내외 한민족과 함께해왔다. 후렴구인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는 단순하면서도 중독성 있는 운율이라 즉석에서 따라 부르기도 쉽다. 제7차 정부간위원회 당시 등재 확정에 대한 당사국의 감사인사 시간이 2분으로 제한되지만 않았다면, 현장에서 자리를 함께하고 있던 국내외 관계자들이 다 함께 아리랑을 제창함으로써, 아리랑이 중국도 그 어느 국가도 아닌 바로 한민족을 대표하는 이 땅의 노래라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한민족의 정체성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던 대표 무형유산 ‘아리랑’이기 때문에 가능한 아쉬움이었을 것이다.
아리랑, 또 다른 고개를 넘어
다만 이번 등재와 관련하여 한 가지 아쉬움으로 남는 것은 아리랑이 남북한 공동의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6월 중국이 아리랑을 자국의 국가급 비물질 문화유산으로 지정하면서 또 다른 동북공정 시도라는 우려가 확대되었다. 이에 따라 아리랑을 하루빨리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해야 한다는 의견이 국내 각계에서 제기되었고, 그러한 의견을 수렴하여 우리 정부는 올 1월 아리랑을 심사 우선순위로 정하고 6월에 등재 신청서를 제출, 마침내 이번 제7차 정부간위원회에서 최종등재가 확정되었던 것이다.
당초 한국정부는 북한과도 협력해서 아리랑을 한민족의 무형유산으로 신청하려 했다. 중국문화유산 신청의 급박함 속에 북한과의 사전 협의 진행이 어려워지자 우선 한국의 유산으로 등재를 추진, 결실을 보게 되었다. 하지만 가까운 장래에 북한과 저간의 사정을 나누고 신청 요건을 구비·보완, 유네스코에 연계 신청을 해서 북한도 아리랑의 공동 보유국으로 인정받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정부간위원회 중 중국이나 북한의 이의제기가 없었던 점은 다행이 아닐 수 없다.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은 지난 1980년 설립 이래 30년간 전통문화의 전승과 보존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무형문화재 전승지원사업, 각종 전통의례 재현과 공연·전시, 교육 및 체험프로그램 운영, 문화재발굴조사, 전통문화상품 개발·보급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만큼 다방면에서 역량을 쌓아왔다. 이번 유네스코 인류문형유산 등재를 계기로 아리랑이 한민족을 넘어 세계적 문화상품으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우리의 아리랑이 세계인 모두의 아리랑으로 또 다른 고개를 넘는 데 선구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재단의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가 적극 활용되기를 기대해본다.
글˚정지상 (기획조정실 기획예산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