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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유정담


관동별곡은 탁월한 시상 전개와 유창한 우리말 구사로 인해 다른 기행가사에 비해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으며,
송강의 다른 가사작품과 함께 당대부터 ‘악보 가운데 뛰어난 가락樂譜之絶調’ ‘참다운 문장眞文章’ ‘참으로 뛰어난 작품眞傑作’이란 높은 평가를 받았다. 조우인의 <속관동별곡>은 물론 중기의 <금강별곡>이나 개화기의 <봉 긔>에 이르기까지 다른 가사작품 창작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당대는 물론 후대까지 민간에서 널리 가창되기도 했다. 게다가 작품의 우수성과 그 문학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광복 이후 근대 교육의 출발에서부터 국어 교과서에 수록돼 교육 현장에서도 가사 교육과 문학 교육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해왔다. 그럼 관동별곡의 형상적 특질을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정리해 본다.
시적 화자의 호방함 표출
화자는 시인이 누구를 통해서 어떻게 말하느냐 하는 문제로서, 효과적으로 대상을 표현하거나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고안해 낸 기법적 장치이다. 송강은 특히 자신이 놓인 처지에 따라서 여성화자나 남성화자, 중성화자를 사용해 자신의 정서와 의식을 효과적으로 드러내었다.
관동별곡은 송강 자신과 동일시할 수 있는 1인칭 화자를 단일 화자로 설정해 시적 화자의 활달하고 호방한 목소리로 전개해 오다가 결사 부분에 이르러서는 꿈을 빌미로 삼아 화자 자신을 상징하는 몽중화자 ‘나’와 몽중선인인 ‘꿈에 한 사람’을 등장시켜 시적 대화로 작품을 전개한다.

시적 화자인 ‘나’는 원래 ‘상上계界예 진眞션仙’이었는데 ‘황黃뎡庭경經 일一字’를 잘못 읽어서 인간 세상에 귀양 온 ‘적선謫仙’이었다는 사실을 ‘ ’이 알려 주어 알게 된다. 결국 화자는 자신이 선계의 신선임을 자처하면서 북두성으로 잔을 삼고, 창해수로 술을 삼아 몽중선인과 술을 마시는데, 이 모습에서 호방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화자의 호방함은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술 가져다가 ‘ 고로 , 億억萬만 을 다 後후에 그제야 고텨 맛나 고야.’에서 두드러진다. 이 세상 모든 백성을 다 취하게 만들겠다는, 즉 ‘선정을 베풀어 백성들을 모두 잘살게 하겠다’는 목민관牧民官으로서 작자가 품은 원대한 이상이 호방하게 표출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산수자연의 아름다움 형상화
홍만종이 관동별곡을 ‘절조絶調’라고 평가한 한 요소가, 관동산수의 아름다움을 낱낱이 들어서 그 그윽하고 기이한 경관을 다 표현해 냈다는 것이었다. 실제 관동별곡의 순력 과정을 살펴보면 거의 관동 전역을 망라하고, 이른바 명승으로 알려진 장소나 경관은 거의 빠뜨리지 않고 관동지방 고유의 산수와 풍물의 아름다움을 형상화했다.

위에서 작자는 봄 삼월에 화천에서 금강산으로 유람을 떠났는데, 이러한 작자의 모습을 화천에서 풍악으로 뻗어 있는 길에서 상상할 수 있게 하고, 백천동을 보고 만폭동을 찾아가는 과정은 마치 백천동은 보지 않고 만폭동만 본 것처럼 묘사했다. 만폭동 폭포의 아름답고 힘차게 쏟아지는 역동적인 찰나의 모습을 ‘은’과 ‘옥’의 순수하고 고결한 이미지와 ‘무지개’의 아름다움과 ‘용의 꼬리’의 강렬한 힘에 비유해 시각적으로 선명하게 표현하고, 멀리서 들리는 폭포의 우렁찬 물소리를 천둥소리’로, 가까이에서 본 하얀 물보라를 날리며 떨어지는 폭포의 모습을 ‘눈’으로 형상화해 청각과 시각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도록 했다.

충의忠義와 출세간出世間의 풍류 형상화
관동별곡은 마치 신선이 된 기분으로 관동 산수를 유람하는 흥취와 목민관으로서의 이념적 정서가 조화로운 관계를 형성하며 전개되고 있다. 다시 말해 송강이 지향하는 가치의식, 즉 이상적인 것은 자연의 승경 속에서 목민관牧民官의 직무에 충실히 임하며 충군우국忠臣憂國하는 자세이고, 현실적인 것은 관동 산수를 한가로이 유람하면서 도가적인 선계仙界를 추구하는 것이 조화롭게 표출되고 있다.

관찰사로 부임하는 여정 가운데 강원도 철원을 지나면서 자신의 우국충정을 은근하게 표현했다. 소양강 물의 흐름에 대한 궁금증을 통해 임금을 향한 자신의 마음을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삼각산 제일봉’을 임금에 비유해 임금을 그리워하는 심회를 드러냈다. ‘고신’ ‘백발’ ‘계오’라는 말로 나라를 근심하고 걱정하는 마음을 은근하게 드러내고, 궁예의 비극을 되새기면서 목민관으로 급장유와 같은 선정을 펼쳐 보이겠다는 포부도 드러내었다.
- 글. 변종현. 경남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