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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 돌잔치, 생과 사의 경계에서 탄생과 축하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6-02-02 조회수 : 3970
돌잔치, 생과 사의 경계에서 탄생과 축하

 


 
누구나 돌 사진이 있다. 부모가 돌잔치를 하고 사진을 찍어 아이에게 남겨주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그만큼 첫 생일은 가족이 행복하고 단란했던 소중한 기억이다. 돌은 한자어로 초도일初度日, 수일晬日, 주년周年이라고도
한다. 돌의 의미를 이해하려면 아이가 태어나서 7일째인 첫이레를 시작으로 두이레, 세이레와 백일을 거쳐

돌에 이르기까지 치르는 모든 의례적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오늘날 돌잔치의 새로운 풍속은 현대사회의

가족관, 생명관, 직업관의 변화를 보여주므로 전통사회와의 비교를 통해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보고자 한다.



돌잔치, 생과 사의 경계에서 탄생과 축하

생과 사의 경계에서 출산과 탄생


살풀이의 의미를 지닌다. 돌떡은 함께 나누어 먹는 의미도 있지만 액을 막고 아이가 무사히 성장하기를 기원한다는 의미가 크다. 떡을 이웃과 나누어 먹으며, 음식을 받은 집에서는 접시를 씻지 않은 채로 실이나 돈, 또는 콩, 조, 팥 등의 곡물을 담아 답례로 보낸다. 실은 아이가 장수하라는 의미가 있으며, 곡물은 이듬해에 파종하면 잘 자란다고 한다. 영아가 베는 베갯속에는 조나 녹두를 넣어 사용한다. 베갯속에 넣었던 조는 돌에 떡을 해먹으면 좋다고 한다. 베갯속의 녹두는 숙주나물로 키우는데 잘 자라면 아이가 크게 된다고 하여 정성스럽게 키우기도 한다. 이러한 것에서 곡물에 잠재한 영력이 아이의 성장에도 관련된 것으로 여기는 농경민족의 곡령사상을 엿볼 수 있다.

아이의 미래를 알아보는 돌잡이 풍속

돌잔치에서 가족이나 이웃의 관심사는 아이의 미래를 점치는 돌잡이이다. 돌잡이는 돌상에 떡과 과일, 돈 등을 놓고 마음대로 골라잡게 하여 아이의 미래를 알아보는 것이다. 남자아이는 활, 붓, 종이, 연필 등 문관과 무관을 상징하는 물건을, 여자아이는 가위, 자, 종이 등을 돌상에 놓는다. 성별 구별 없이 돈이나 실, 쌀 등도 돌상에 올린다. 남자아이가 활을 잡으면 훌륭한 장수가 될 것이며 필기 도구를 잡으면 문인으로서 명성을 날릴 것을 기대한다. 여자아이가 바느질 도구를 잡으면 여성의 덕목인 바느질 솜씨가 좋을 것을 기대한다. 쌀이나 떡 같은 음식을 집으면 식복이 있을 것으로 여기며 돈이나 쌀을 집으면 부귀하게 살 것으로 믿는다. 전통사회에서 남자는 성장하여 문관이나 무관으로 관직에 등용되기를, 여자는 여성의 덕목을 갖춘 현모양처로 살기를 바라던 부모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현대 가정에서 돌잔치의 사회적 의미

대가족으로 생활하던 농경사회와 달리 현대인은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직장을 얻고 결혼하여 정착하고 있다. 핵가족으로 생활하는 대다수 도시인은 자녀의 돌잔치를 이웃사람들보다는 친구 그리고 직장동료와 함께 치르기 마련이다. 한 보고서에 의하면 현대인의 돌잔치는 뷔페식당이나 호텔 연회장에서 하는 경우가 80%를 차지하며 집에서 하는 경우는 8%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돌잔치 장소가 가정에서 레스토랑이나 전문 연회장으로 바뀌면서 돌잔치나 어린이 생일잔치를 대행하여 주관하는 이벤트 업체도 등장하였다. 이벤트 업체는 아이가 입을 돌옷뿐만 아니라 부모가 입을 한복이나 드레스 등을 대여해주고 연회장을 돌잔치 이벤트 장소로 화려하게 꾸며준다. 돌잔치는 돌을 맞이한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와 함께 공동으로 주인공이 되어 축하를 받는 자리로 진화하였다. 요즘 돌잔치는 전문 사회자가 등장하여 재치로 흥을 돋우고 참석자와의 유대를 강화하는 장이 되고 있다. 돌잔치의 이벤트는 식사와 돌잡이, 비디오 촬영, 축하 메시지와 선물 증정, 참석자에 대한 답례, 특별 이벤트 등으로 진행된다. 전통적인 돌잔치와 비교하면 돌잡이가 현대에도 지속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돌잔치에서 부모는 친지와 직장동료로부터 선물과 메시지를 받으면 이에 대한 답례품으로 떡을 비롯하여 컵, 비누, 수건 등 실용적인 물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돌잔치라는 이벤트를 통해 부모는 친지를 비롯한 직장동료들과의 교류와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 전통사회의 돌이 친지와 이웃으로부터 아이의 건강과 다복을 축복받던 의례였다면, 현대의 돌잔치는 아이의 축복과 더불어 부모의 사회적 유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직업관이 반영된 현대의 돌잡이

예나 지금이나 돌잔치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돌잡이를 통해 아이가 장래에 어떠한 직업을 갖고 살아갈 것인지를 점쳐보는 것이다. 전통사회에서 입신양명하는 길은 무관이나 문관으로 등용되어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다양한 직종에 진출하여 명성을 얻을 수 있는 열린 사회이다.
오늘날의 돌잡이 상에는 청진기, 마이크, 봉 등의 장난감을 놓고 아이의 미래를 점쳐보기도 한다. 이러한 장난감은 현대사회에서 선망의 대상인 의사, 방송인, 판사 등과 같은 직업을 상징하는 물건이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부모는 모두가 선망하는 직종에 아이가 진출하여 성공하기를 바라고 있다.
현대 가정은 핵가족 중심이며 자녀 한두 명으로 만족하는 사회이기에 자식에 대한 사랑과 기대가 크기 마련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도시에 살고 있으며, 농촌에 거주한다 하더라도 도시민과 거의 동일한 핵가족으로 생활하고 있다. 또한 대다수 도시민은 자신의 꿈과 이상을 실현하고 자녀의 교육을 위해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하여 생활하고 있다. 그러기에 현대인은 자녀의 미래 직업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크다. 그런 연유로 돌날의 풍속은 변하였지만 돌잡이 전통이 오늘날에도 전승되고 있는 것이다



 


- 글 : 임장혁 (중앙대학교 민속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