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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 강릉향교, 전통적인 우리 학교의 모습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5-05-06 조회수 : 3837

글로컬 문화유산 - 강릉향교, 전통적인 우리 학교의 모습



향교는 고려・조선시대의 지방 관학 즉 중등교육기관이다. 향교에 대해 제대로 알려면 그 시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우리 역사상 삼국 중 가장 먼저 고대국가 수준에 도달한 고구려가 왕경에 태학을 두어 유학을 가르치고, 백제가 박사를 두고, 신라가 대학을 세웠던 이유는 새로운 정치이념을 유교(儒敎)에서 확보하고자 한 것이었다. 통일신라기와 고려시대에도 유교적 이념과 유교적 정치구조의 내용이 새로운 시대의 지표로 인식되었다. 조선시대에 이러서는 유교적 통치이념을 백성들에게 전파하는 방식이 보다 심화되어 향교가 체계적으로 기능하게 된다. 향교는 조선왕조의 성립과 함께 정책적으로 그 교육적 기능과 문화적 기능을 확대・강화하였다. 따라서 향교는 조선왕조의 역사를 중심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사진1. 명륜당 내 교육, 사진2. 강릉향교 서무향교건물의 구성과 배치는 제사 공간과 공부하는 공간을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크게 둘로 나누어지고, 입지조건에 따라 일부 변형된 모습도 있다. 향교가 자리 잡은 대지가 평지인 경우는 전면에 배향 공간이 오고 후면에 강학 공간이 오는 전묘후학(前廟後學)의 배치를 이루고, 대지가 구릉이 있는 경사진 터이면 높은 뒤쪽에 배향 공간을 두고 전면 낮은 터에 강학 공간을 두는 전
학후묘(前學後廟)의 배치를 이루었다. 전학후묘의 경우 향교 건축의 구조양식은 대개 안에서부터 대성전ㆍ동무ㆍ서무ㆍ전랑(내삼문)ㆍ동재ㆍ서재ㆍ명륜당ㆍ기타 부속시설이 배치되는데 강릉향교가 이에 해당된다.

원래 강릉향교는 고려시대 중기에 광정리(지금의 노암동)에 있었다고 전해지는데 정확한 사실은 알 수 없다. 고려 충선왕 때 강릉도존무사 김승인(金承印)이 현 위치에 다시 설립하였지만 조선 태종 11년(1411)에 불타버렸고, 1413년 강릉대도호부판관(大都護府判官) 이맹상(李孟常)이 강릉의 유지 68명과 함께 발의하여 중건하였다. 그 후에도 여러 차례 중수되었으며, 1894년 갑오경장때 과거제도가 폐지되면서 그 기능이 중단되었다.

1909년에는 강릉향교 명륜당(明倫堂)에 근대식 학교인 화산학교(花山學校)가 설립되었다가 1910년에 폐교되었다. 1911년 양잠전습소를 개설하였으며, 1919년에는 수선강습소(首善講習所)가, 1928년에 강릉농업학교, 그 후 강릉상업학교ㆍ강릉여학교ㆍ옥천(玉川)초등학교, 1962년 명륜고등학교 등이 명륜당에서 개교하였다. 이러한 사실은 강릉향교가 강릉지역 교육문화 전당의 역할을 해오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강릉향교는 제사 공간으로 문묘를, 교육 공간으로 명륜당을 두고 있다. 문묘는 공자를 비롯한 성현에 대하여, 그 양측의 동ㆍ서무는 선현에 대한 제사 의식을 행하는 곳이다. 특이한 것은 성균관에서도 혁파한 구제(舊制)에 따라 성현을 배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릉향교 대성전에는 공자를 중심으로 좌우에 증자・맹자・안자・자사자・공자의 10제자・송나라의 6현 등 모두 21위를 모셨으
며, 동무(東廡)에는 설총에서 송준길까지 우리나라 9성현과 중국 성현 49위를, 서무(西廡)에는 최치원부터 박세채까지 우리나라 9성현과 중국 성현 48위 모두 136위의 성현의 위패를 봉안하고 있다. 해방 후 성균관에서 운영준칙을 마련하여 지방 각 향교에 성현배향을 대개 공자 등 5성현과 우리나라 18성현으로 간소화하였는데 강릉유림은 옛 방식을 고집하여 유일하게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근래에 국내외의 연구자들이 많이 찾고 있다.

 

강릉향교 전경


명륜당은 동서로 길게 배치되어 있으며 유학을 공부하는 곳으로 강릉향교의 명륜당은 장중한 배움의 전당으로서의 품격을 보여준다. 명륜당과 내삼문 사이의 좌우양편에 공부하는 유생들이 기거하는 동・서재가 있으며 북쪽으로 대성전을 오르는 계단이 있다. 또 서남 외곽에는 제방이 있고 동쪽에는 관리사가 있다. 강릉향교는 화부산이 둘러싸고 있는 아늑한 곳에 시내를 굽어보며
남향으로 배치되어 있다.

강릉향교는 1963년 1월 21일 강릉향교 대성전이 보물제214호로 앞서 지정되었으며, 1985년 1월 17일 대성전 이외의 영역이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99호로 지정되었다. 우리나라 문화재관리제도가 국가 재정 등을 고려하여 많은 난관을 이겨내며 조금씩 진전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명륜당・동서재・전랑・동서무 등 모든 부속시설의 배경 위에 대성전이 존재하는 것임에도 강릉향교는 대성전만 국가지정문화재 즉 보물이고 나머지는 강원도 지정 유형문화재이다. 이는 보존관리에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강릉향교 대성전강릉향교는 전국의 모든 향교가 그렇듯이 조선시대 내내 교육과 문화활동의 중심이었으며 근현대 강릉지역 교육의 산실이 되어왔다. 이러한 사회적 배경이 있기에 율곡 이이와 같은 걸출한 유학자가 배출될 수 있었던 것이다. 현재에도 그 전통을 이어 강릉유도회가 강릉향교를 중심으로 충효교육관・명륜당에서 청소년・시민을 대상으로 윤리 전통문화교육, 예절, 서예 등 전통적 가치
관 정립을 위한 활동과 노력을 다하고 있다. 향교 인근에는 과거합격자들의 모임방이라 할 계련당(桂蓮堂), 강릉 12현을 모신 향현사(鄕賢祠), 향교 진흥을 위해 선정을 펼쳤던 부사들의 선정비등의 유교문화유적이 있으며, 향교에서 잉태한 명륜고등학교가 자리하고 있다.

강릉향교에서는 봄・가을 문묘(대성전)에서 석전대제를 전승하고, 매월 초하루 보름에 유림들이 모여 분향례를 올리며, 지역에 부임해오는 기관장들의 고유제를 올리기도 한다. 또한 강릉지역 서원 2개소, 사우(祠宇) 13개소, 영당(影堂) 1개소 등의 원사다례(院祠茶禮)를 지원 운영하고 있다.

매년 5월이면 성년에 이르는 청소년들의 관례(冠禮)행사, 7월 노인들을 초청하여 기로연을 열어 경로애친의 생활문화를 펼치고, 여성유도회 주관으로 다문화가정 부부들의 전통혼례를 수시로 올리기도 한다.

강릉향교의 부속시설 충효교육관에서는 『명심보감』과 예절을 가르치는 예지반, 논어・중용・맹자・서예・주말논어반을 연중 운영하고 있으며, 명륜당에서는 한국관광학회 유교문화활성화지원단 주관으로 유교아카데미 24강좌(전문・교양・독서・예절강좌 등)를 운영하고 있다.

가끔씩 유건을 쓰고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향교를 오가는 어른들이 참 여러 가지 일들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된다. 바로 이러한 활동과 모습이 강릉을 ‘예향(禮鄕)’이게 한 것이 아닐까?




- 글 김흥술 (강릉시 문화예술과 문화재담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