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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 영혼을 달래는 ‘서울새남굿’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5-05-06 조회수 : 2079

문화유산 현장인터뷰 - 영혼을 달래는 ‘서울새남굿’ 중요무형문화재 제104호 서울새남굿 보유자 이상순



조상들의 삶의 일부분이었던 무속신앙, 공동체 화합의 장이었던 ‘굿’은 이제 우리의 일상에서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그런 시류 속에서도 우리 굿을 전승해나가고 있는 중요무형문화재 제104호 서울새남굿 보유자 이상순 선생님을 만나 새남굿과 무속에 대한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04호 서울새남굿 보유자 이상순 서울새남굿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점은 무엇인가요?
‘부정거리’라고 본격적인 굿의 시작에 앞서 제신이 오는 길과 있을 곳의 부정한 것을 깨끗이 하는 노래예요. 우리가 구구단을 외워 곱셈을 하는 것처럼 부정거리의 가사, 즉 등장하는 신의 이름을 잘 공부해야지 굿도 할 수 있는 거죠.
굿은 책만 보고 하는 것이 아니에요. 굿 따로 무당 따로 하면 안 되니까 책을 외우고 장구 연습도 끊임없이 해야 돼요. 저도 이미 다 알지만 농익어서 몸에 다 배라고 하루에 두 번씩 부정을 쳐요. 옛날엔 주변에서 굿을 많이 했는데 이젠 많이 볼 수 없잖아요. 그래서 저는 혼자 차려 놓고 연습하고, 선생님들을 찾아다니면서 계속 배우려고 했어요.
제 스승인 김유감 선생님은 70세가 넘으셨어도 거울을 보시고 불사장삼을 입고 이렇게도 해보시고 저렇게도 해보곤 하셨어요. 그렇게 유명하고 오래 하신 분도 혼자서 연습을 하시는데, 요새 사람들은 연습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어요. 저는 그건 안 좋다고 봐요. 무당이 성심을 다해서 신령님만 모시고 살면 신이 저절로 도와주신다고 전 믿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제자들을 가르칠 때도 성실하게 연습하는 걸 가장 중요하게 여겨요. 정전 들어가기 전에도 항상 손을 씻고 들어가도록 해요. 들어가기 전에 마음에 축언을 하고 가는 거죠. 이런 마음가짐과 성실함이 새남굿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서울새남굿’이란?

서울새남굿은 죽은 사람의 넋을 위로하고 좋은 세상으로 인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서울지역의 전통적인 망자천도굿이다. 서울새남굿은 안당사경맞이와 새남굿으로 구성된다. 안당사경맞이는 새남굿이 벌어지는 전날 밤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주당물림을 시작으로 부정-가망천배-진적-불사거리-도당거리-초가망거리-본향거리-조상거리-상산거리-별상거리-신장-대감거리-성주거리-창부거리-뒷전거리 순서로 진행된다. 다음날 아침부터 이어지는 새남굿은 여자무당 5명과 잽이 6명이 참여하며 장구, 북, 대금, 피리 등 삼현육각이 동원된다. 굿은 새남부정-가망천배-중디밧산-사제삼성거리-말미-도령(밖도령)-영실-도령(안도령)-상식-뒷영실-베가르기-시왕군거리-뒷전으로 끝난다.
망자와 관련된 무(巫)와 불교, 유교사상의 종교적 융화가 잘 드러나고 조선시대의 궁중문화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는 점에서 망자천도의례로 지냈음을 알 수 있다.
 

서울새남굿 보유자 이상순의 공연모습



요즘 세대는 굿을 매우 낯설게 느끼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금은 여러 종교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종교 선택의 폭이 무척이나 넓어졌어요. 그래서인지 우리 고유의 종교가 자꾸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요.
옛날에는 굿을 이 집도 하고, 저 집도 하였고 아이들부터 노인까지 거리수를 다 알았었죠. 어떤 일이 있을 때 ‘아, 굿해야 한다’ 라는 인식이 자연스러웠는데 영한 만신들까지 다 돌아가시고, 지금은 그런 게 없으니 낯설게 느낄 만도 하죠. 새남굿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굿도 하나의 문화산업이라고 여겨야 해요. 그러니까 ‘새남굿’을 남녀노소, 우리나라 사람뿐만 아니라 외국 사람에게도 보여줄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더군다나 새남굿은 다른 굿과 달리 전통의례이기 때문에 화려하고 멋있는데다 확실한 장단 음악까지 있으니, 이런 특징들을 활용해서 ‘굿’이 우리의 뿌리이자 우리의 종교였다는 것을 대대손손 인식하게끔 해줘야 하는 거죠. 앞으로 공연이나 무료 봉사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새남굿을 접할 기회를 만들어준다면 새남굿이 조금 더 잘 알려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새남굿이 보존되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서울새남굿이 갖고 있는 특징 속에 새남굿이 보존되어야 하는 중요한 가치가 내포되어 있어요. 새남굿은 거리가 가장 많고 정교한 짜임새를 보이면서 대단히 화려하고 망자와 관련된 무ㆍ불ㆍ유의 관념과 의례가 함께 녹아들어 있어요. 무조인 바리공주 신가에는 무의 전통적 저승 관념이 반영되어 있으면서 시왕과 지장신앙이라는 불교의 저승관이 나타나기도 하죠.
또한 새남굿은 조선시기 궁중문화적 요소를 많이 수용하고 있어요. 굿청(굿을 할 때 총본부가 되는 곳)의 제반 장식과 만신들의 복식, 음악, 춤 등 화사한 요소도 있고, 규모 역시 상당히 큰 편이에요. 이러한 특징을 가진 새남굿을 통해 당시의 삶도 엿볼 수 있기에 그만큼 보존 가치가 크다고 생각해요.

과거 민속 종교 중 하나로 어디서든 쉽게 접할 수 있던 굿은 한국전쟁과 새마을운동을 거치면서 우리의 삶에서 멀어졌다. 서울새남굿 보유자 이상순 선생님은 젊은 세대들이 우리 종교를 낯설고 어려운 미신의 일종으로 보는 것을 안타까워하셨다. 또한 선생님은 성실한 마음으로 신을 모시고 여러 장소에서 공연을 해 국민들이 굿을 자주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 무속인들에게 남겨진 과제라고 하셨다.




- 인터뷰 : 2015. 2. 16(수) 15:00~16:00 / 중요무형문화재전수회관 서울새남굿보존회 -
- 취재ㆍ정리 : 한국문화재재단 대학생문화유산기자단 ‘제5기 징검다리’
                 이정민 (국립안동대학교 사학과)
                 양소영 (한양대학교 ERICA 신문방송학과)
                 방현지 (한국전통문화대학교 문화재관리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