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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도 근방에 놓여 있는 스물여덟 개 의 대표 별자리를 이십팔수라고 부 른다. 이 별자리들은 해와 달과 행성 들의 움직임을 표시할 때 기준이 되 는 별자리들로 서양의 황도 12궁에 견줄 수 있다. ‘이십팔수’ 각각에는 좌표의 기준점 노릇을 하는 수거성( 宿距星)이 있다. 최초의 수거성 관측 기록은 한나라 무제 때 것이다. 천상 열차분야지도의 도설에 수록되어 있 는 이십팔수 수거성의 좌푯값을 분 석해 보면, 기원전 ‘34년±170년’에 관측한 값으로 계산된다. 천상열차 분야지도의 성도가 그려진 방식을 알므로, 성도에 있는 수거성들이 동 심원의 중심으로부터 떨어진 거리를 자로 재서 그 별의 거극도로 환산할 수 있다. 그 좌표값을 분석한 결과, 천상열차분야지도의 별들 은 서기 68년±400년에 측정한 값으로 나왔다. 돌에 새기면서 생긴 오차가 크긴 해도 이 수거성들은 한나라 때 관측된 것임을 뜻한다. 천상열차분야지도의 성도에는 안에서부터 각각 주극성 원, 천구의 적도, 전몰성 원 등 세 개의 동심원이 있다. 이 동심원의 상대적인 크기는 관측자의 위도에 따라 변한다. 주극성 원과 적도의 반지름을 이용해서 관측자의 위도를 구해보면, 약 38도가 나온다. 측정오 차와 제작오차를 감안하면 분명히 서울 또는 개성의 관측자가 본 하늘이란 뜻이다. 중국의 성도는 전통적으로 북위 35도에 맞춘다. 그 위도에 해당하는 중국 등봉(登封)이란 곳에 주공(周公)이 천문을 관측하던 측경대(測景臺)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도의 가장자 리에는 서울이나 개성에서는 관측할 수 없고 등봉에서는 관측되는 별들도 나온다. 따라서 천문도 제작자가 고려 또는 조선의 도읍에 맞추어 주극원과 적도의 반지름만을 조정한 것으로 판단된다.
천상열차분야지도의 맨 위에 있는 하늘 천(天) 자가 새겨진 작은 동그라미는 중성기(中星紀)이다. 이것은 24절기별로 저녁과 새벽에 남중하는 이십팔수 별자리를 열거한 표이다. 시간 측정을 점검하는 데 사용되는 표이다. 류방택(柳方澤)이 중성기를 다시 계산했다고 도설에 적혀 있다. 세종 때 편찬된 칠정산과 천상열차분야지도의 도설을 바탕으로 계산해 보면, 조선 초의 중성기임이 확인되었다. 그런데 천상열차분야지도의 원본이 고려시대 것이라는 굉장히 중요한 증거가 발견되었다. 바로 천문도의 성도에 입성(立星)이라고 적힌 별자리가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고려 태조 왕건의 휘(諱)인 건(建)을 기(忌)하여 뜻이 비슷한 글자인 입(立)으로 적어 놓은 것 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증거는 천상열차분야지도 석각의 모본이 고려시대의 것임을 지시하고 있다. 이로써 17세기 권별의 해동잡록 이나 경성부사의 서술이 근거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천상열차분야지도의 의미는 동양 천문학의 정통인 한 무제 시대의 항성 관 측 결과를 가장 온전하게 담고 있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천문도로 인식되어야 할 것이다.
- 글˚안상현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