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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유정담

먼저 도자기 상감은 고려의 상감청자에서 많이 나타나는데, 그 맥은 분청사기와 백자로 이어졌다. 그 기법을 보면 청자와 백자 등의 태토(胎土)로 빚은 그릇이 반건조 되었을 때 무늬를 조각칼로 새기고, 그곳에 자토 또는 백토로 메운 뒤, 초벌구이를 거쳐 유약을 발라 구워내면 자토는 흑색으로, 백토는 백색으로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도자기 상감기법의 핵심 기술로는 바탕흙인 태토와 같은 수축팽창계수를 갖도록 백토와 자토를 마련하는 것과 태토와 백토·자토의 자기화 온도를 맞춘 것을 들 수 있다. 수축팽창계수가 다르면 떨어지거나 균열이 생기고 오므라들 수 있으며, 자기화 온도가 맞지 않아 태토보다 높을 경우는 상감 면에 미세한 구멍이 생기거나 겉면 위로 툭 튀어나오게 되고, 낮을 경우에는 먼저 녹아 문양이 흐리게 되기 때문이다.
목 상감은 문양이 아름다운 느티나무의 가장자리나 가운데에 흑색의 먹감나무, 흰색의 버드나무나 은행나무를 자르거나 켜서 흑·백의 선(線) 문양을 넣는 것을 말한다. 오늘에 전해지고 있는 목 상감 기법은 두 가지로 구분되는데, 대패로 밀어내어 0.6㎜ 정도의 얇은 대팻밥을 사용하는 기법과 톱으로 자른 2~3㎜ 두께의 판으로 흑백의 선(線) 문양을 만드는 기법이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목 상감은 문목(紋木)을 쌓는 가장자리에 넣는 호장태상감, 당귀문상감, 아자문상감(亞字紋象嵌) 등과 문목 중앙에 들어가는 태극상감(太極象嵌), 쌍희자문상감(雙喜字紋象嵌), 수복강령문상감(壽福康寧紋象嵌) 등이 있다. 이러한 목 상감은 주로 문갑, 사방탁자, 장롱, 경대 등에 많이 쓰인다.

금속 상감이란 철·구리 등으로 만든 기물에 금·은·동 등의 금속 실과 금속판(箔) 등을 박아 넣어 무늬를 나타내는 기법을 말한다. 삼국시대에는 칼 등의 무기류에, 통일신라시대에는 철로 만든 항아리·등자(鐙子: 말 탈 때 발걸이)에, 고려시대에는 향로(香爐)·정병(淨甁)·거울걸이 등에, 조선시대에는 향로·장도·병·촛대·해시계 등에 많이 쓰였다.
금속 상감기법은 크게 금속 표면을 새김정(날정)으로 파내고 다른 금속을 그 속에 박아 넣는 무늬가 선으로 된 골상감(線象嵌)과 굵은 면으로 된 면상감(面象嵌), 금속 면의 일부를 잘라내고 그곳에 다른 금속을 끼워 넣어 은땜 등으로 접합해 넣는 절상감(切象嵌), 금속 표면을 입사용 정으로 쪼이질 하여 거스러미를 만든 다음에 금·은·구리실로 무늬를 넣는 입사(入絲) 등으로 나눌 수 있다.
평양의 낙랑 지역 출토품 외에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제작된 것으로 가장 오래된 금속 상감 유물은 백제에서 만들어 일본에 하사(下賜)한 일본 나라현(奈良縣) 텐리시(天理市) 이소가미신궁(石上神宮)에 보관되어 있는 철제 칠지도(七支刀)이다. 칼날의 양쪽 면에는 61자의 금상감 명문이 있으며, 이 가운데 제작 시기를 알 수 있는 동진(東晋)의 연호(年號), ‘태화(泰和) 4년(369년)’이 새겨져 있다. 칠지도는 우리나라 최고의 유물이자 세계의 보물로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단조(forging iron, 鍛造) 기술과 담금질 기법으로 만든 칼날 위에 상감 기법으로 글자를 넣은 칠지도는 강철을 100번씩이나 열처리하여 단조한 특수강이며, 상감기술은 뛰어난 하이테크이자 선진 기술이었다.
칠지도가 일본에 남아 있는 것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 출토된 가장 이른 시기의 상감 유물은 백제의 유물인 천안 화성리 유적의 은상감당초문고리자루큰칼(銀象嵌唐草文環頭大刀)로 4세기 말에서 5세기 초의 것으로 보고 있다. 위의 유물 외에 백제의 천안 용원리, 공주 수촌리, 청주 신봉동, 가야의 고령 지산동, 합천 옥전, 신라의 경주 호우총, 경주 계림로 14호분 등 고분에서 나온 철제 금은상 감고리자루칼과 띠고리, 말안장 등의 유물을 통해 삼국시대에 금속 상감기술이 상당히 발달하였음을 알 수 있다.
삼국시대 금속 상감에 표현된 무늬는 글자, 선, 봉황, 용, 귀갑, 별무늬 등 여러 가지 모습이다. 상감 기술이 표현되는 기물의 재질은 주로 철이며, 상감 재질은 금, 은, 동과 그 합금을 사용한 것으로 분류할 수 있다. 특히 금과 은을 합금한 현재의 14K(karat)와 같은 함량으로 상감에 사용한 호암미술관 소장 철제파상문금상감대도(鐵製波狀文金象嵌大刀)는, 오늘날 금속 상감에 종사하는 이들조차 그 기술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는 당시 매우 뛰어난 합금기술이 있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주목된다.
금속 상감의 단면은 대개 V자형으로 관찰되며, 상감의 폭은 약 0.4~1.0㎜이고, 깊이는 약 0.2㎜ 정도이다. 특히 상감의 단면이 V자형인 점은 현재의 금속 상감에 종사하는 기능 보유자들의 상감 제작 기술과 유사성이 발견된다.
이렇듯 철과 비철금속에 각기 다른 방식의 제작 기술을 활용할 수 있었던 까닭은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이 금속의 성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또 그것에 알맞게 제작기법을 발달시켰기 때문이다.
이러한 신기술의 발견과 발전은 더 나은 기술의 개발을 가져와 세계의 자랑거리인 고려의 상감 청자를 탄생시켰고, 이어 조선의 목 상감과 가죽 상감으로 응용 발전되었다. 이러한 금속 상감기술은 끊기지 않고 오늘의 기술보유자들에게 이어지고 있음에 비추어, 오랜 전통기술이라 할지라도 계승하여 현대 첨단과학기술과 접목하면, 우리 고유기술의 확립·발전에 많은 이바지를 할 것이다.

- 글˚윤용현 (국립중앙과학관 교육문화과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