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소식
국유정담
우렁각시 설화,
권력의 횡포를 넘어서 사랑을 쟁취하는 신이한 이야기
우리나라에서 <우렁각시> 설화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누군가가 몰래 나의 뒷바라지를 해 주었으면 하는 우리의 보편적 욕망이 <우렁각시> 설화의 전승력을 지금까지 유지시켰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우렁각시가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존재가 아니라 우렁이가 변화한 신이한 존재라는 점은 이런 일이 현실에서는 일어나기 어렵다는 역설적인 표지가 되기도 한다. 물론, 설화 향유자들은 <우렁각시> 설화 전승을 통해 다양한 각편을 만들어 내며 그 안에 신이한 존재와의 관계 맺음에 대한 고민, 그런 존재를 통해 현실의 결핍을 해결하고자 하는 욕망, 금기와 위반이라는 운명론적인 인식과 그에 대한 대응, 금기의 구조를 권력의 구조로 치환해 사회문제를 담아내는 방식 등을 반영하며 작품의 의미를 확장해 나간다. 모두가 알지만 제대로 알려고 하지는 않았던 <우렁각시> 설화. 이 설화에 대해서 살펴보자.
글. 신호림(안동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일러스트: 심은경
우렁각시의 정체는?
<우렁각시> 설화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노총각이 농사일을 하다가 우연히 우렁이를 발견하고, 그 우렁이를 주워서 집으로 가져와 독에 넣어 두자 우렁이가 처녀로 변해서 몰래 밥을 지어 준다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우렁이가 처녀로 변하다니?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이다. 도대체 <우렁각시> 설화에 등장하는 우렁각시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리고 우렁각시는 어디에서 갑자기 나타난 것일까?
<우렁각시> 설화를 살펴보면, 우렁각시는 어느 순간 갑자기 나타났을 뿐 그 정체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서사적 근거를 찾기는 어렵다. 우리나라에서는 “우렁이도 두렁 넘을 꾀가 있다,” “우렁이도 집이 있다,” “우렁이 속 같다”와 같은 속 담에서 알 수 있듯이, 우렁이를 하찮고 미련할 뿐 아니라 음흉한 인간을 비유할 때 부정적인 맥락에서 사용한다. 우렁이를 ‘우렁각시’와 같은 긍정적인 존재를 지칭할 때 사용하는 관습은 우리나라에서 보편화되어 있지 않다. 중국에서는 우렁이를 토템1)적인 맥락에서 신적인 존재로 모시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우렁각시> 설화 외에 우렁이에 대한 상징적 의미를 추정해 볼 수 있는 기록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그래서 우렁각시의 정체를 밝혀내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1) 토템(totem): 원시 사회에서 부족 또는 씨족 집단과 특별한 관계가 있다고 믿어 신성하게 여기는 동식물이나 자연물.(출처: 국립국어원표준국어대사전)

『시경 詩經』의 「빈풍칠월편」 중 이방운 8면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밭을 갈고 씨를 뿌리는 봄의 풍경이다.
하지만 <우렁각시> 설화를 꼼꼼하게 살펴보면, 몇몇 각편에서 우렁각시가 어떤 존재인지 충분 히 유추해 낼 수 있다. <우렁각시> 설화의 몇몇 각편에서는 우렁이가 아닌 붕어나 잉어가 변해서 각시가 되는데, 이를 따로 <잉어각시>나 <잉어색시> 설화라고도 부른다. <잉어각시> 설화에서는 총각이 우연한 기회에 잉어를 살려 주게 된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잉어는 용궁에서 온 용녀(龍女)였다. 용녀는 총각에게 은혜를 갚고 싶다며 용궁으로 함께 들어간다. 그곳에서 총각은 보물뿐 아니라 용녀를 아내로 얻고 용궁에서 육지로 돌아온다. 육지로 돌아온 총각 은 잉어각시와 행복한 삶을 시작했다. 그런데 잉어각시는 “3년 동안 궤짝 문을 열지 말라!”와 같은 금기를 제시한다. <잉어각시> 설화는 총각의 금기 위반 여부에 따라 그 결말이 달라지는 데, 금기를 지키지 못한 경우 잉어각시는 다시 용궁으로 돌아가 버리며, 금기를 지켰을 경우에는 총각이 잉어각시와 함께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는 것으로 나아간다.
<잉어각시> 설화는 이른바 방리득보형(放鯉得 寶型) 설화의 하위 유형이다. ‘용궁’이라는 신성한 공간이 등장하고 결핍된 인간이 용궁에 속한 존재에게 선행(善行)을 베풀게 되면서 그 보상으로 자신의 결핍을 해소하는 내용을 가진다. <잉어각시> 설화는 방리득보형 설화 중에서 용궁에서 보물 대신 용녀를 아내로 얻는다는 내용의 이야기이다. 이때 현실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적 상황을 용궁에서 해소할 수 있기 때문에 용궁은 이상향(utopia)의 형상을 띠고 있다. 그러나 용궁이 아무 존재에게나 그런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선행이 전제되어야만 용궁과의 교류가 가능하다. 인간과 용궁 사이의 호혜적 관계 맺음에 대한 고민이 <잉어각시> 설화에 내재해 있는 것이다.
이때 관계 맺음의 단계에서 금기가 제시된다. 금기는 서로 다른 속성을 가진 두 남녀가 융화되기 위해 꼭 지켜져야 하는 것이다. 성스러운 존재가 세속적인 존재로 탈바꿈하기 위해 사용되는 것이 바로 금기이다. 잉어각시든 우렁각시든 신이한 존재와 인간 총각이 부부의 연을 맺기 위해서는 금기라는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우렁각시> 설화에서도 <잉어각시> 설화에 비해 약화되어 있지만 금기가 제시된다. 일종의 시험과도 같은 금기는 이제까지 유지되던 속성을 벗어나서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기 위한 것으로, 이 시험을 통과했을 때는 또 다른 새로운 차원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잉어각시> 설화를 통해 우렁각시의 정체가 용궁과 같은 수신계(水神界)에 그 존재적 근거를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신적인 존재가 인간과 아무 탈 없이 결연하기 위해서는 금기와 같은 장치가 필요하다. 금기의 기간을 무사히 넘겨야 총각과 우렁각시는 온전한 부부가 될 수 있다. 더욱이, <우렁각시> 설화는 <잉어각시> 설화와 같은 금기의 구조를 수용하면서도 이를 현실적인 맥락에서 재해석한다. 신이한 존재와 결연하는 것을 신성혼(神聖婚)이라고 부른다면, <우렁각시> 설화는 신성혼의 세속화된 모습을 담아내고 있는 셈이다. <우렁각시> 설화가 <잉어각시> 설화에 비해 매우 다양한 변이 유형을 만들며 활발한 전승력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렁각시> 설화의 기본형과 변이형은 어떠한 서사적 양상을 보여 주고 있을까? <우렁각시> 설화의 다양한 모습들을 먼저 살펴보자.
<우렁각시> 설화의 다양한 모습들
<우렁각시> 설화는 하나의 유형명(類型名)이다. 유형(type)은 여러 이야기에서 특정 화소(話素, 이야기 구성의 최소 단위)나 구조가 공통적으로 발견되었을 때 이를 통칭하는 용어이다. 어떤 남성과 우렁각시가 등장해서 일련의 사건을 겪는 이야기들을 묶어서 편의상 <우렁각시> 설화라고 부르는 것인데, 설화가 기본적으로 구술 언어로 전승되다 보니 같은 유형에 속하는 이야기라도 완전히 동일한 것은 발견되지 않는다. 설화의 특성상 이야기꾼이 나름대로 기존의 이야기를 변형시켜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구연하기 때문이다. 이때 이야기꾼에 의해 실제로 구연된 하나하나의 개별 작품을 각편이라고 부르며 우리가 이야기판에서 실제로 듣는 이야기는 유형이 아닌 각편이다. 특정 유형의 설화에 대한 전승력이 강할수록 다양한 각편이 생성될 수밖에 없다. <우렁각시> 설화 또한 다양한 갈래로 뻗어 나가는 서사 줄기를 가진 각편이 많다. 그래서 <우렁각시> 설화라는 동일한 유형 안에서 여러 하위 유형이 발견된다. 현재까지 조사된 <우렁각시> 설화의 하위 유형은 총 6개로 알려져 있다. ‘기본형’이라고 부를 수 있는 첫 번째 유형에서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노총각이 등장한다.
총각이 농사일을 하다가 “이 농사 지어 누구와 먹나?”라고 말하자, 어디선가 “나 랑 먹고 살지”라는 소리가 들렸다. 총각은 소리가 나는 곳에서 우렁이를 발견하고, 그 우렁이를 주워서 집으로 가져와 독에 넣어 두었다. 그리고 그날부터 총각이 일을 하고 올 때마다 밥이 차려져 있는 일이 반복되었다. 총각이 일을 나가는 척하고 몰래 집을 지켜보다가 우렁이가 처녀로 변신하는 것을 보았다. 총각은 그 처녀가 우렁이로 되돌아가기 전에 손을 잡고 함께 살자고 하였다. 처녀는 아직 때가 아니라며 거절하며, 함께 살기 위해서는 금기를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시간이 지난 후 금기를 지킨 총각은 우렁각시와 잘 살았다.

출처: KBS
기본형을 보면 금기의 구조가 많이 약화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보통 금기는 ‘위반’ 또 는 ‘파기’될 것을 전제로 하는데, <우렁각시> 설화의 기본형에서는 총각이 금기를 지키고 우렁각시와 행복하게 사는 각편도 많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우렁이가 변한 우렁각시라는 신이한 존재와 농사를 짓고 사는 평범한 총각 사이의 결연담(結緣譚, 인연을 맺는 이야기)이 기본형의 주요 내용임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유형은 ‘아내를 빼앗기는 유형’으로서, ‘기본형’의 이야기 이후 원님이 등장한다. 어느 날 원님이 행차를 나섰다가 상서로운 기운이 비치는 곳을 발견하고 그곳에 하인을 보낸다. 하인은 그곳에서 우렁각시를 발견하고 원님에게 알리고, 원님은 우렁각시를 빼앗아 데려간다. 두 번째 유형부터 이른바 ‘관탈민녀(官奪民女)’ 화소가 <우렁각시> 설화와 결합하게 된다. 신이한 존재와의 결합뿐 아니라 현실의 권력 문제를 다루기 시작하는 것이다.
세 번째 유형은 ‘남편이 죽음을 맞이하는 유형’이다. 우렁각시를 원님에게 빼앗긴 이후 우렁각 시의 남편은 원통함에 죽어서 새가 된다. 새가 된 남편은 우렁각시에게 날아가지만, 이를 발견한 원님이 그 새마저 죽인다. 새가 되어서라도 우렁각시와의 재회를 바랐던 남편의 마지막 바람마저 좌절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네 번째 유형은 ‘새가 되어 다시 만나는 유형’으로 세 번째 유형의 변이형이다. 새가 되어 우렁각시에게 날아간 남편을 원님이 죽이려고 하다가 실수로 우렁각시를 죽이게 된다. 우렁각시의 넋은 새가 되었고, 남편과 함께 날아간다. 비극적이지만, 그 안에서 나름대로 이별의 상황을 타개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발견할 수 있다.
다섯 번째 유형은 ‘기본형’에서 파생된 것으로 ‘원님과 내기를 하는 유형’이다. 아름다운 우렁각시에 대한 소문을 들은 원님이 남편을 불러 우렁각시를 걸고 내기를 하자고 제안한다. 장기 또는 바둑 두기, 말 타고 강 건너기, 산에 있는 나무 베기 등 내기 종목은 여러 가지로 나타나지만 불리한 상황에 처해 있던 남편이 우렁각시의 도움으로 승리하고 행복하게 살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흥미로운 점은 내기 결과 남편이 원님이 되었다는 내용의 각편도 발견된다는 것이다. 남편이 원님이 된다는 내용은 주로 마지막 여섯 번째 유형에서 나타난다.
‘새털 옷 또는 날개옷 유형’으로 불리는 이 하위 유형에서는 원님이 우렁각시를 빼앗아 데려가는 것까지는 두 번째 유형과 동일하다. 우렁각시는 원님에게 잡혀가기 전에 새털로 날개옷을 만들어 남편에게 준다. 그리고 원님과 함께 떠난 이후, 원님을 냉대하며 절대로 웃지 않았다. 남편은 우렁각시가 만들어 준 날개옷을 입고 우렁각시를 찾아갔는데, 그때서야 우렁각시는 활짝 웃었다. 원님은 날개옷 때문에 우렁각시가 웃은 줄 알고 남편이 입은 날개옷을 빼앗아 입었다. 날개옷을 입은 원님은 몸이 하늘로 떠올라 멀리 날아가 버렸고, 남편은 원님이 되어 우렁각시와 행복하게 살았다. 남편과 우렁각시의 재회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뿐 아니라, 이들 부부를 억압하던 권력의 구조적 문제를 전복시켜 오히려 권력을 획득하는 것으로까지 나아간다.
기본형에서 ‘날개옷 유형’에 이르기까지 <우렁각시> 설화는 다양한 하위 유형을 가지고 전승되고 있다. 몇몇 유형에서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는 것으로 나아가지만, 어떤 유형에서는 그런 비극적인 결말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가지 장치를 활용하고 있다. <우렁각시> 설화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그런 극복의 방식이며, 우리가 특별히 ‘날개옷 유형’에 주목하는 이유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날개옷 유형 <우렁각시> 설화, 권력의 횡포에 맞서는 사랑 이야기
<우렁각시> 설화의 여러 하위 유형 중에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것이 바로 ‘날개옷 유형’이 다. 비극적으로 끝나는 다른 <우렁각시> 설화 유형과는 다르게 날개옷 유형에서는 남편이 원 님의 자리를 차지하고 우렁각시와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물론, 고난의 과정이 없지는 않다. 원님이 강제로 우렁각시를 빼앗아 데려가기 때문에 남편과 우렁각시는 이별의 과정을 겪어야 한다. ‘관탈민녀’라는 화소의 이름처럼 공권력의 횡포가 당시 민중들에게 얼마나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지 알려 주는 부분이다. 겨우 맺은 부부의 연은 원님의 권력 앞에서 처참하게 무너진다.
그런데 원님이 등장하는 장면은 서사 초반부에 등장하는 금기와 모종의 관계를 맺고 있다. 각 편에 따라서 “절대 우렁각시를 집 밖에 데리고 나가지 말라!”나 “우렁각시의 얼굴을 그린 그림을 잃어버리지 말라!”와 같은 금기가 제시되기도 하는데, 이 금기를 지키지 못한 결과로 원님이 우렁각시를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본래 서로 다른 속성을 가진 두 남녀가 결연하는 신성혼을 위해 마련된 금기라는 장치가 원님이라는 새로운 존재를 불러들인다. 금기는 성스러운 존재가 세속의 세계로 전이해 그 세계에 완전히 속하는 데 수반되는 갈등의 표현이다. <우렁각시> 설화는 이런 금기를 통해 총각과 우렁각시가 부부의 연을 맺게 되는 계기를 마련함과 동시에 금기의 구조를 권력의 구조로 치환해 사회에서 드러나는 권력의 문제까지 담아낸다. <우렁각시> 설화만의 독자적인 문학적 의의를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다.
‘날개옷 유형’이 흥미로운 이유는 그런 권력의 횡포를 이겨 내는 방식에 있다. 우렁각시는 원님에게 잡혀가기 전에 새털로 날개옷을 만든다. <나무꾼과 선녀> 설화에 등장하는 선녀의 우아한 날개옷과는 다른 모습일 것이지만, 날개옷을 매개로 천상계와 같은 이계 공간으로의 이동이 가능할 것임을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날개옷 유형’에서 원님에게 잡혀간 우렁각시는 절대 웃지 않는다. 심드렁한 자세로 이미 부부의 인연을 맺은 남편을 기다릴 뿐이다. 원님은 온갖 노력을 기울이지만 우렁각시와의 온전한 관계 맺음에는 실패한다. 아무리 원님이 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우렁각시를 웃게 만들 수 있는 존재는 남편뿐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그리고 마침내 남편이 날개옷을 입고 등장했을 때 우렁각시는 환한 웃음을 짓게 된다. 그런데 여기에서 원님은 착각을 한다. 원님이 주목해서 본 것은 남편이라는 존재가 아니라 그 남편이 입고 있던 날개옷이었다. 날개옷을 입어야 우렁각시를 웃게 만들 수 있고, 그녀와의 온전한 결합이 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근거 없는 판단은 아니다. 우렁각시를 처음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 때문이기도 했지만, 일반 사람들에게는 느끼지 못했던 상서로운 기운과 빛을 우렁각시가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원님은 우렁각시가 다른 세계에서 온 존재임을 눈치챘을 수도 있다. 그래서 남편이 등장했을 때 웃었던 우렁각시를 보며, 날개옷이 그 비밀이라고 생각했을 개연성이 크다. 날개옷을 입고 자신도 다른 차원의 존재가 되어야 우렁각시를 차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날개옷까지 빼앗아 입은 원님은 하늘로 둥둥 떠오른다. 그리고 어딘지 모르는 곳으로 날아가거나 떨어져서 죽음을 맞이한다. 날개옷을 입은 원님은 서사의 문면(文面)에서 사라진다.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다름 아닌 우렁각시의 남편이다. 완벽한 전복의 서사이다. 권력의 높고 낮음이 전복되면서 원님과 남편의 지위가 역전된다. 남편도 어느새 우렁각시의 남편으로서의 자격을 완성한다. 금기에서 시작되었던 인고의 시간이 원님의 등장으로 인해 나타난 고난의 시간으로 이어지고, 이 기간이 끝나자 우렁각시와 완전한 부부가 된 것이다. <우렁각시> 설화는 기본적으로 신성한 존재인 우렁각시와 인간 총각이 사랑의 결실을 보게 되는 이야기이고, 그 안에 고난의 과정으로서 권력의 횡포와 이를 극복하는 이야기가 녹아 있다. 비극적 결말을 맞이하는 다른 유형에서는 권력의 횡포를 고발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면, ‘날개옷’ 유형은 권력의 전복까지 이루어 낸다.
<우렁각시> 설화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권력의 횡포를 넘어서 사랑을 쟁취하는 신이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우렁각시> 설화는 여러 변개(變改)의 과정 속에서도 여전히 신이 한 존재와의 관계 맺음에 대한 문제와 권력의 횡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민중의 모습을 간직하며 오늘날까지 전승되고 있다. 사랑과 권력을 다루는 이야기를 누가 마다하겠는가? <우렁각시> 설화는 앞으로도 총각과 우렁각시가 부부의 인연을 맺는 과정을 여러 형태로 바꿔 가면서 권력의 횡포를 극복하는 다양한 방식을 모색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