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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유정담
기획특집 3
조선왕릉
글. 이창환(상지대학교 환경조경학과 교수, 전 한국전통조경학회장)
세계문화유산 조선왕릉, 그 가치를 엿보다
지난 2009년 6월 제33차 세계유산대회에서 구리의 동구릉을 비롯한 18개 지구에 있는 조선왕릉 40기가 연속 유산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 다. 우리 민족의 자연관과 문화의 고품격을 인정받아 세계유산이 된 지 벌써 10년이다. 조선왕릉은 문화재청에서 관리, 보전하고 있어 양호한 보존관리가 되고 있다. 그러나 세계유산으로서의 보존관리와 활용에 대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해야 하는 관점에서, 조선왕릉의 보편적 가치와 등재 이후의 과제를 살 펴볼 필요가 있다.
조선왕릉, 민족의 삶과 생활의 근간이 되어
조선왕릉은 우리 민족의 삶의 터전과 사후의 입지이론인 자연관(풍수관),
당시대의 정치적 통치사상에 의해 산수가 좋은 자리에 터를 잡아 사후에도
영면(永眠)하기 위해 조성된 대표적 공간으로 평가된다. 즉 조선왕릉은 한
국인의 자연관과 유교 등의 통치관 그리고 조상숭배사상에 의해 조성된 문
화공간으로 왕권의 권위와 지속적 지배논리에 따라 규칙적, 정형적으로 조
영된 우리민족의 대표 제례공간이다.
518년간 왕조로 현재 우리 민족의 삶과 생활 근간이 되는 조선시대
(1392~1910) 왕실과 관련된 무덤은 ‘능(陵)’과 ‘원(園)’, ‘묘(墓)’로 구분되는
데 서울을 중심으로 18개 지구에 40기의 왕릉과 일부 원, 묘가 능역에 함께
있어 조선시대 왕조의 사후 공간 조성의 원리와 제도를 이해할 수 있는 데
가치를 지닌다.
전방 산의 형태와 주위 지형과 합치된 위치와 규모에 따라 능원 입지 선
정과 조영물의 축조 방법을 선택하는데, 이것은 능원이 자연환경의 일부
로 여겨지는 풍수사상에 따라 이루어진 것에 기인한다. 이로 인해 조선
의 왕릉 형식은 단릉(單陵), 쌍릉(雙陵), 합장릉(合葬陵), 동원이강릉(同
原異岡陵), 동원상하릉(同原上下陵), 삼연릉(三緣陵), 동봉삼실릉(同封
三室陵) 등으로 다양하다.
조선시대 능원의 공간 구성은 제향 시 사자(死者)와 생자(生者)의 만남
공간인 정자각을 중심으로 하여 3단계 공간으로 구분된다. 참배객을
위한 속세의 공간인 ‘진입공간(재실, 연지, 금천교 등)’과 제례를 위한
‘제향공간(홍살문, 정자각, 수복방 등)’이 있으며 사자의 공간인 ‘성역
공간(상계-중계-하계)’으로 대별된다. 이를 통해 우리 민족의 공간에
대한 차서체계와 통치이론에 따른 공간 해석 논리를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능주가 묻혀 있는 최상단의 신성시되는 능침공간은 능주의 침
실인 봉분을 중심으로 양석(羊石)과 호석(虎石), 상석(床石), 망주석,
장명등, 문무석인상, 마석(馬石), 곡장 등이 있다. 이밖에 화소, 원찰
등이 능역 외곽에 배치되어 한국인의 자연관과 통치사상의 가치를 평
가받는다.
01_한국인의 자연관을 대표하는 자연친화적 조선시대 능원의 산릉도(영월장릉 월중도)
02_조선왕릉은 국가적 차원에서 보존관리된 한국의 녹지유산이다(선릉과 정릉)
세계가 인정한 대한민국 대표 유산, 왕릉
세계유산이란 유네스코(UNESCO)가 세계유산보호협약에 근거해 세계
적 가치가 있는 문화와 자연유산을 각국의 신청을 받아 국제기념물유적
협의회(ICOMOS)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실사 및 평가를 거쳐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최종 선정 후 등록된다. 지금까지 유네스코가 등재
한 세계유산은 모두 1,121건이다(2020년 6월 기준). 이 중 이탈리아와 중
국이 각각 55건으로 가장 많이 등재되어 있으며, 우리나라는 창덕궁과
종묘, 조선왕릉 등 13건의 문화유산과 제주 석회용암동굴과 화산섬이 자
연유산에 등재됨으로써 모두 14건에 이른다. 5,000여 년의 유구한 역사
를 자랑하는 우리 민족의 대표 제례공간인 조선왕릉은 세계유산의 가치
를 평가받고 등재 기준에도 적합하여 세계유산이 될 수 있었다.
세계유산등재를 위해서는 등재기준 10가지 중 문화유산 등재기준(ⅰ
항-ⅵ항)과 자연유산 등재기준(ⅶ항-ⅹ항)등의 검토를 거쳐 문화유산
과 자연유산 그리고 복합유산 등으로 분류되어 등재된다. 복합유산은 문
화유산적 등재기준과 자연유산적 등재기준 양측의 기준에 적합한 유산
을 등재하는 것으로 조선왕릉은 한국인의 자연관과 문화적 가치를 내포
한 공간으로 복합유산으로의 가치도 있어 검토를 한 바 있다. 이들 세계
유산은 탁월하고 보편적 가치는 물론, 진정성과 완전성이 확보되어야 하
며 유사유산과의 비교 및 차별성, 보호 및 관리 능력 등의 종합적 검토를
거쳐 등재된다. 따라서 등재 당시의 유네스코에 제출된 제반사항을 준수
이행하여야 한다.
조선왕릉은 1392년 태조 이성계가 건국한 이래 518년을 이어 온 문화유
산으로서, 통일신라 이후 지속되어 온 한민족의 대표적 왕릉유산으로도
평가된다.
특히 조선왕릉은 세계의 왕릉유산 중 가장 자연과 조화를 이룬 자연친화
적 조영관으로서 규모와 양식에서 한국만의 독특성을 갖추고 있다. 도
성으로부터의 거리와 주변 산세, 제례적 특성을 살린 입지와 공간 구성
의 규칙성으로 탁월하고 보편적인 가치를 인정받았다. 현재 서울의 그린
벨트 근간이 된 왕릉 숲은 왕이 친히 능에 나아가 녹화(綠化)를 한 공간으
로, 조선시대 내내 엄격하고 철저하게 관리되었다. 이곳은 현재의 도시
숲을 형성하는 역사적 배경이 되고 있다.
조선왕릉은 국가통치철학(유교 등)과 정치적 영향에 의해 시대에 따라
다양한 공간의 크기, 구분(문, 무인공간), 석물의 배치, 기타 시설물의 배
치 등이 특색을 띠고 있으며, 공간의 규모와 조각양식 등을 통해 그 시대
의 가장 뛰어난 예술성을 엿볼 수 있다. 즉 당시의 시대적 사상과 정치사
는 물론, 조영기술 등을 반영하고 있어서 역사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문
화적 공간이기도 하다. 특히 조선시대 왕실에서는 물론, 현재에도 전주
이씨 종약원에서 봉양회를 통해 600여 년간 지속적인 제례를 이어온 살
아 있는 문화유산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위와 같은 내용 등을 토대로 세계유산위원회에서는 조선왕릉을 6가지
문화유산등재 평가항목 중 세 가지, 즉 ⅲ)항, ⅳ)항, ⅵ)항에 해당한다고
평가하여 세계유산에 등재했다.
그런데 조선시대의 능원은 우리 문화의 사상, 역사, 철학, 정치사의 흐
름에 따라 그 능역의 범위를 달리하고 있어 수도권 녹지관리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으나, 최근 난개발로 인해 능역의 범위와 능원 외부 경
관을 훼손하고 있다. 조선의 능역은 우리의 경관관리 방법의 하나인 풍
수관에 의해 시계 영역까지 관리했으나, 안타깝게도 최근 들어 능역 앞
의 고층 아파트 건립 등 경관적 파괴가 이루어져 철저한 경관 관리가 필
요한 상황이다.
꾸준한 관리와 복원으로 지켜가야 할 우리 문화유산
등재 당시 조선왕릉은 현재의 보호 조치가 대체로 적절하다고 평가되었
는데 능침의 온전한 보전에도 불구하고, 문화유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인 주변의 개발 압력, 기후 및 환경변화에 따른 환경의 압력, 산불과 같은
자연재해에 대한 철저한 관리를 권고받았다. 특히 일부 능역은 완충지
역에 대해 적절한 개발지침을 세울 것과 더불어 세계인이 함께 보존하고
향유할 종합관광계획 등의 즉각적인 수립과 대중적인 안내해설 등의 대
책 마련을 권고받기도 했다.
등재 후 문화재청과 지자체 등은 능원내부에 대한 능제복원 보존과 복
원, 활용 방안을 작성하며 이를 잘 시행했으나 개발 압력과 활용 대책이
요구되는 지자체의 완충지역(등재 시 약 460만 제곱미터) 보존에 큰 어
려움을 겪고 있다. 또 문화경관영향 평가 등의 조치와 보존, 활용 방안은
아직 전무한 실정이다.
문화유산이 세계유산에 등재되면, 자국민은 물론 세계인이 함께하는 유
산으로 국민의 자부심 고취, 국가적 위상 증진, 관광객 증가에 따른 경제
적 이득이 발생하므로 유네스코와 각각 정부가 함께하는 모니터링과 체
계적 계획 관리가 모두 이루어져야 한다.
조선왕릉의 경우 아늑하고 편안하게 잘 짜인 풍수적 지형, 재실, 금천교,
연지, 제례로 등의 시설은 체계적 관리가 잘 이루어지고 있으나 일제 강
점기와 근대화를 거치면서 훼손된 능원시설의 복원과 경관 관리는 아직
미비한 실정이다. 따라서 타 기관과 협의를 거쳐 능역 복원 등이 조속히
보완되어야 한다. 특히 등재 시 보완사항을 중심으로 서삼릉 권역, 파주
장릉, 동구릉, 태릉과 강릉 등의 능제복원을 위해 작성해 놓은 세계유산
보존 대책도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자체가 관리하는 능원 주변의 문화재 보호구역, 역사문화 경
관의 복원과 회복이 필요하고,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참배와 제례문화
의 문화적 복원과 문화유산 활용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특히 관련 지자
체와 지역주민이 함께하는 프로그램 개발은 유네스코의 권고사항이기
도 하다. 그밖에 추가 등재로 권유받은 문화재에 대한 내용도 지속해서
추진해 함께 등재해야 진정한 우리 유산의 가치가 돋보이며 세계적인 한
국인의 자연문화 경관이 될 것이다.
03_유교의 차서체계에 의해 조성된 조선시대 능원의 공간 개념도(자료제공_지오마케팅)
04_효종의 영릉
05_중종의 정릉
06_고종의 홍릉
- 글. 이창환(상지대학교 환경조경학과 교수, 전 한국전통조경학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