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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2
경회루판타지-궁중연화
글. 조형제(감독)
커다랗고 잔잔한 연못 위에 거대한 이층 누각. 경복궁의 꽃이라고 불리는 경회루는 태종의 명으로 박자청이 지은 것으로 천지인(天地人), 일 년 열두 달, 24 절기의 의미를 담고 있다. 경회루의 건축 적 미학과 박자청의 성공신화라는 매력적인 두 요소가 씨줄과 날줄로 엮여 약 60분짜리 공연으로 만들어졌다. 바로 2019년 제5회 궁중문화축전에서 처음 시연된 ‘경회루판타지-화룡지몽(花龍之夢)’이다.
경복궁에 피어나는 별 같은 무대, ‘경회루판타지-궁중연화’
최상의 공연장과 최고의 공연 콘텐츠가 만나다
박자청이 경회루를 건설하는 과정을 환상의 모험으로 풀어낸 실경미디 어퍼포먼스 ‘경회루판타지-화룡지몽(花龍之夢)’ 공연은 궁중활용사업의 새로운 시험과 시도, 새로운 공연양식의 이식이라는 소정의 성과를 이루 었다. 이러한 성과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기 위하여 올해 제6회 궁중문 화축전에서는 경회루판타지 공연에 대한 관점과 철학을 더욱 구체화하 고자 했다. 바로 경회루의 역사적 사실과 공간적 사실에 대한 미학의 극 대화로, 대한민국 최고의 경관과 건축의 하나라 자부할 수 있는, 왕이 사 랑하고 왕이 초청한 사람들만이 즐길 수 있었던, ‘대한민국 최고로 아름다 운 공연장’이라는 관점을 경회루에 더욱 적극적으로 투영하는 것이다. 그 렇다면 ‘대한민국 최고로 아름다운 공연장-경회루’에서의 공연 콘텐츠는 무엇이어야 할까? 한국인이 사랑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공연 콘텐츠여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답이었다. 그래서 오랜 세월 사람들의 입을 통해 구전 되어온 설화를 원형으로 다양한 장르로 변주되어 공연되어오고 있는, 한 국 최고의 고전소설이자 판소리 다섯 마당 중 가장 심금을 울리는 심청전 을 바탕으로 ‘경회루판타지-궁중연화(宮中蓮花)’를 제작하게 됐다.
02_플라잉오브제(사진 제공_㈜컨텐츠플랫폼그룹씨)
03_2019 경회루판타지-화룡지몽
04_수상오브제(사진 제공_㈜컨텐츠플랫폼그룹씨)
05_ 경회루판타지-궁중연화 도면
2020년 궁중연화! 다양성은 더하고, 몰입도는 깊어지고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줄거리를 알고 있을 뿐 아니라 그것을 소재 로 한 공연을 본 사람들도 꽤 많을 것이라는 심청전의 대중성은 공연 제 작에 있어서 극복해야 하는 단점이기도 하다. 실경을 배경으로 미디어와 퍼포먼스가 융합된 ‘경회루판타지-궁중연화(宮中蓮花)’는 경회루 연못 위에 설치된 수상무대, 주변 경관을 활용한 조명, 공간의 확장성을 높인 플라잉 퍼포먼스, 판타지의 기능을 극대화한 대형 오브제, 서사적 내러티 브를 극대화한 워터스크린 등으로 공연의 외형적 틀을 확장한다. 또 심청 이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신을 도입부로 하여 ‘심청가’의 유명한 대목에 집 중한 소리와 춤 그리고 새롭게 편곡된 음악으로 음악적 내러티브를 극대 화한다. 특히, 작가 경민선, 작·편곡 김태근·장윤희, 미술 김은영, 작창 박인혜, 안무 최재헌, 의상 김미정과 김나니, 김봉영, 류가양, 정상희, 정 보권, 김부영 등 한국 국악계를 이끌고 있는 젊은 예술인과 소리꾼들이 참 여하여 대한민국 창극의 새로운 경험을 확장하고자 한다.
공연의 연출 포인트를 더욱 자세히 설명하자면, 먼저 경회루의 건축미 와 야경을 적극적으로 무대화한다(경회루 도면 첨부). 무대 세트와 구조물을 최소화하여 경회루의 실경을 그대로 살리고 야경의 아름다움을 극 대화한 조명을 연출하고, 수상객석을 준비하여 관객들의 무대 몰입도를 높인다. 두 번째로 심청 이야기 속에서 물이 지닌 의미와 상징을 효과적 으로 표현하고 스토리의 서사성을 표현하기 위하여 워터스크린을 설치 하여 주요 순간에 영상을 투사해 환상적인 미장센을 완성한다. 세 번째 로 수상과 공중, 무대의 3개 영역으로 공연 공간을 확대했다. 공중 영역 으로는 대형 크레인을 활용한 플라잉 퍼포먼스로, 대형 플라잉 오브제와 배우들의 아찔한 서커스적인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수상 영역에서는 수 상 오브제가 경회루 연못 전역을 움직이며 공연의 주요한 캐릭터로 기능 할 뿐 아니라, 소리꾼들의 또 다른 무대로 활용된다. 무대 영역으로는 연 못 위에 설치된 대형 무대에서 40여 명의 무용수와 앙상블, 10여 명의 트 론댄서들이 특수의상을 입고 조명과 특수효과가 결합된 퍼포먼스 무대 를 연출한다.
온라인으로도 변함없이 지속될 문화적 공감
포스트 코로나, 뉴노멀, 언택트 등 코로나19로 인해 생겨난 새로운 용어 와 환경이 너무도 낯설고 위협적이며, 특히 문화 예술가들에게는 생존이 힘겨운 상황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하여 일상이 위협 받는 사람들이 문화적 공감을 통하여 조금이나마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도록 올해 궁중문화축전은 온택트(On-tact)라는 비대면 온라인 중심의 축전을 준 비하고 있다. 물론 ‘경회루판타지-궁중연화(宮中蓮花)’도 온라인으로 제 공된다.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뿐 아니라 경회루 무대에서의 공연 이외 에 추가 영상촬영을 통해 별도의 공연영상물을 제작해 완성도 높은 작품 을 궁중문화축전의 유튜브 채널 등으로 서비스할 예정이다. 또한 공중파 의 적극적인 활용도 추진하고 있다.
‘경회루판타지-궁중연화(宮中蓮花)’는 10월 11일부터 17일까지 매일 20 시~21시까지 공연되고 온라인 라이브 스트리밍은 10월 16일 20시 궁 중화축전 유튜브와 네이버TV 등에 방영되며 공중파는 10월24일 12시 KBS 국악한마당에 편성, 녹화 방송될 예정이다.
전 세계 코로나 상황이 다시 힘겨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수도 권 일대를 중심으로 한 감염 확산으로 ‘경회루판타지-궁중연화(宮中 蓮花)’ 제작에도 차질을 빚고 있으며, 제작진과 출연진 모두 정부의 방역 지침을 따르며 조심스럽게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아무쪼록 이 상황이 빨리 진정되어 마음껏 국민 여러분들과 만나 신명나게 한판 놀아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 글. 조형제(감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