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소식
국유정담
인간문화재 그 깊이
글. 허주희(작가)
사진. 박원민(사진 작가)
자료 제공. 밀양백중놀이보존회
풍자와 해학의 춤놀이 한 판 “호미 씻고 병신춤 추어보세”
밀양백중놀이
우리나라 3대 명루 중 하나인 밀양 영남루. 보물 제147호인 영남루에 앉아 탁 트인 경치를 바라보며 강바람을 맞으면, 그야말로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지난 6월 20일, 영남루 앞뜰에서 밀양 무형문화재 상설공연이 열렸다. 밀양아리랑과 함께 밀양을 대표하는 것이 ‘밀양백중놀이’다. 국가무형문화재 제68호, 밀양백중놀이의 깊고 오묘한 세계로 안내한다.
일찍 찾아온 무더위를 한 방에 날릴 만큼 신명 나는 공연 한마당이 열렸다. 지난 6월 20일 토요일 오후 1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영남루 뜰에서 밀양 무형문화재 상설 공연이 열린 것. 국가무형문화재인 밀양백중놀이를 비롯해 감내 게줄당기기, 법흥상원놀이 등이 올해 6월부터 10월까지 주말마다 영남루 뜰에서 화려하게 펼쳐진다. 특히 영남루 뜰에서 열리는 공연이라 그 의미가 깊다. 경상남도 밀양을 가로지르는 밀양강을 앞에 두고 우뚝 서 있는 영남루는 조선시대 후기 대표적인 목조건물로 진주 촉석루, 평양의 부벽루와 함께 우리나라 3대 명루다. 상설공연이 열리는 이맘때, 관객들은 이 영남루 누각에 앉아 바로 앞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신명 나게 즐기면서 행복을 만끽한다.
봄부터 가을까지 영남루 뜰에서 백중놀이 상설공연 열려
경쾌한 꽹과리, 북소리와 함께 밀양백중놀이가 시작되었다. ‘농신대’를 중심으로, 한 무리의 사람들이 꽹과리와 북을 치고 춤을 추며 둥글게 원을 돌면서 백중놀이의 한마당이 본격적으로 열렸다. ‘농신대’는 개인의 소망과 풍년을 기원하는 농신제의 중심이 되는 상징물로 저릅대(삼대)를 모아 땅 위에 세운 것이다. 백중놀이의 첫째 마당인 ‘앞놀이’는 농신대를 세우고 고사를 드리는 농신제이다. 둘째 마당은 농사 장원이 된 머슴을 작두 말에 태워 풍물을 울리면서 놀이판을 도는 작두말타기와 춤판으로, 양반춤과 병신춤, 범부춤을 추며 본격적인 놀이마당이 펼쳐진다. 셋째 마당은 북재비들이 오북춤을 추면서 오곡이 번성하기를 기원하는 ‘뒷놀이’로 마무리된다.
밀양백중(百中)놀이는 예로부터 밀양지방에서 내려오던 놀이로, 머슴들이 7월 보름경, 진(辰)에 해당하는 날을 택하여 지주들이 준 술과 음식으로 하루 동안 즐겁게 노는 데서 연유했다. 힘겨운 논 매기를 끝낸 머슴들이 풍년을 비는 뜻으로 농신에게 고사를 지낸 뒤 여흥으로 여러 놀이판을 벌이는데, 그동안 세도가 당당한 양반들에게 받은 설움과 애환을 달래며 풍자 놀이를 한껏 즐긴다.
01_ 밀양백중놀이 '앞놀이'
02_ 박동영 밀양백중놀이보존회장
03_ 밀양백중놀이 '범부춤'
1980년 밀양백중놀이, 국가무형문화재 제68호로 지정
백중놀이는 벼농사를 주로 하는 중부 이남지방 농촌에서 호미씻이, 세서유, 머슴 날, 풋굿, 초연, 농공제, 장원놀음 등 여러 이름으로 행해졌던 농경놀이다. 밀양에서는 이날을 흔히 ‘머슴 날’이라고 하며 이날의 놀이를 ‘꼼배기참 놀이’라 부르기도 했다. ‘꼼배기참’이란, 밀양 지방의 사투리로, 밀을 통째로 갈아 팥을 박아 찐 떡과 밀에다 콩을 섞어 볶은 밀볶기와 그 밖에 술과 안주를 준비하여 머슴들에게 점심·저녁으로 주는 음식을 말한다. 특히 밀양백중놀이가 성행하고 돋보이는 까닭은 놀이 내용이 예술적이면서 개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날 함께 공연을 펼친 밀양백중놀이보존회의 박동영 회장은 밀양백중놀이 보유자이기도 하다. 밀양백중놀이는 1980년에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보존되고 있다.
밀양백중놀이보존회 박동영 회장은 “1980년 제주도에서 열린 전국민속경연대회에서 밀양백중놀이가 국무총리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올렸다”면서 “당시 전 관객의 어깨와 엉덩이를 들썩일 정도로 밀양백중놀이가 큰 호응을 얻었고, 이를 계기로 밀양백중놀이가 국가무형문화재 제68호로 지정되었다”고 말했다.
백중놀이 대표하는, 양반춤, 병신춤, 범부춤, 오북춤
박동영 회장은 “밀양백중놀이가 주목받고 발전해 온 것은, 놀이가 예술적인 깊은 멋과 맛이 있고 향토색이 진하며 다양한 춤과 해학이 어우러졌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 잘난 양반들 앞에서 온갖 몸짓과 춤판이 벌어집니다. 민초들의 몸짓과 춤에 녹아든 풍자와 해학이 관객들의 엉덩이를 들썩이게 할 정도로 신명납니다. 백중놀이에서 춤은 크게 4가지로, 양반춤, 병신춤, 범부춤, 오북춤입니다. 춤판은 느린 장단에 맞춰 양반이 춤을 추고 있으면 머슴들이 나와 양반을 몰아내고 각기 난쟁이, 중풍쟁이, 배불뚝이, 꼬부랑할미, 꼽추, 봉사, 절음발이 등으로 분해 익살스러운 병신춤을 춥니다. 범부춤은 번갈아 가면서 장고잽이 앞에서 재주를 선보이고 마지막은 오북춤으로 마무리합니다.”
범부춤은 ‘평범한 남자가 추는 춤’으로, ‘넓은 곳에서 아무렇게나 추며 더불어 노는 춤’이라는 뜻을 가졌다. 오북춤에서는 밀양사람들의 기질과 인심, 신명이 어우러진다. 경상도 특유의 덧배기장단에 춤과 북가락이 함께 어우러져 생동감과 역동적 힘이 넘쳐난다. 특히 오북춤은 밀양에서만 보는 춤으로, 다섯 명의 북재비들이 북가락을 치며 춤을 춘다.
후대에도 길이 남을 유산으로 계승·발전시킬 것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농사일이 끝나면 모두가 함께 어울려 술 마시고 노래하며 춤추기를 즐겼다. 민초들의 손짓과 어깻짓, 다리짓 등은 가락과 한데 어우러져 예술로 승화되었다. 나아가 탈춤이나 민요, 풍물놀이 등 우리 생활에 흥겨움을 더하는 민속놀이가 되었다. 밀양백중놀이는 우리나라 민족놀이 중에서도 백미로 꼽히는 무형문화재이다. 밀양백중놀이보존회는 그동안 공개행사, 해외행사, 초청공연, 상설 공연 등 국내외에서 수많은 공연을 펼쳤다. 보존회는 현재 박동영(예능보유자) 회장을 비롯해 조교, 이수자, 전수자 등 약 50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박동영 회장은 “밀양백중놀이가 후대에도 길이 남을 빛나는 유산으로, 그 명맥이 계속 유지되도록 계승·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신명난 민요의 고장, 밀양(密陽). 밀양을 대표하는 밀양백중놀이는 밀양사람들의 옹골찬 기질처럼 앞으로도 신명나는 공연을 펼치며 힘차고 경쾌하게 나아갈 것이다.
밀양백중놀이는
우리나라 민족놀이 중에서도 백미로 꼽히는
무형문화재이다. 밀양백중놀이보존회는 그동안
공개행사, 해외행사, 초청공연, 상설 공연 등
국내외에서 수많은 공연을 펼쳤다.
04_ 밀양백중놀이 '농신제'
05_ 밀양백중놀이보존회[왼쪽부터 이필호(사무국장), 박종우(이수자), 최선희(전수조교), 이용만(전수조교), 박동영(보유자)]
06_ 밀양백중놀이 '오북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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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허주희(작가)
사진. 박원민(사진 작가)
자료 제공. 밀양백중놀이보존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