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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유정담

2014년은 갑오년(甲午年) 말띠 해다. 말띠 해에는 별나게 띠 타령이 심하다. ‘말띠 여자 팔자 세다’라는 속담까지 생겨났다. 그러나 중국이나 우리나라 문헌이나 수집된 자료에는 이런 속신을 찾아볼 수 없다. 조선시대에만 해도 말띠 왕비가 많다. 그 시대의 왕실에서 사주팔자(四柱八字)를 따질 줄 몰라 말띠를 왕비로 간택하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힘찬 질주 본능의 말은 현대에 요구되는 덕목이다. 이제는 오히려 환영받는 띠가 말띠이다.
영혼(靈魂)과 수호신(守護神)의 승용동물, 말
고기록(古記錄)에서 기원전 위만조선에도 말의 수가 상당했고 기마의 습속과 함께 말이 전투에 활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부여의 명마와 과하마라는 두 종류의 말이 있었고, 예나 부여에서는 말을 재산으로 간주했으며 동옥저는 말의 수가 적었다는 사실, 삼한지역은 모두 우마가 있었지만 마한은 말을 타지 못한 반면에 변·진한은 말을 탔다는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청동제 마형 유물 중 하나인 말 부적은 3cm 크기의 휴대용인 것을 볼 때, 말을 액막이와 행운을 부르는 상징으로 썼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우리의 민속에서 날개 달린 말 그림이 그려 있는 부적(符籍)을 퇴액진복부(退厄進福符)·신마부(神馬符)로 불렸다는 사실에서도 말의 상징적 의미를 읽을 수 있다.

개마총의 개마도는 신라의 마문·마형토기에서 죽은 자를 저 세상으로 태우고 가는 말의 기능을 한층 더 분명하게 나타내 준다. 말에는 등자가 달린 안장이 얹혀 있으나, 사람은 타지 않았다. 그런데 말 앞에 “총주착개마지상(塚主着鎧馬之像)”이라는 묵서(墨書)가 적혀있어, 주인공이 말을 타고 있는 그림임을 알 수 있다. 즉, 주인공의 혼이 말을 타고 있어 사람을 그리지는 않았으며, 이 특수한 성장마(盛裝馬)는 영혼을 천상으로 모시기 위한 말이다. 신라와 가야의 마각(馬刻)·마형(馬形)·기마형(騎馬形)의 고분유물과 고구려 고분벽화의 각종 말 그림에서 말은 이승(지상계)과 저승(하늘)을 잇는 영매체로써 피장자와 영혼이 타고 저세상으로 가는 동물로 이해된다.
신성한 동물·하늘의 사신·중요 인물의 탄생을 알리는 말
구전설화나 문헌설화에서 말은 신성한 동물·하늘의 사신·중요 인물의 탄생을 알리는 구실을 하는 것으로 이야기된다. 금와왕·혁거세·주몽 등 국조(國祖)가 탄생할 때에 서상(瑞相)을 나타내 주는 것이라든가, 백제가 망할 때 말이 나타나 흉조를 예시하여 주는 것이라든가 모두 신이한 존재로 등장하고 있다.
동부여 금와왕의 신화에서 말은 한 나라의 임금탄생을 알려 주는 영물 구실을 한다. 말이 없었다면 금와는 영원히 큰 돌 밑에 사장될 운명에 놓였을 것이다. 그리고 부루왕은 말 덕분에 후계자를 찾게 된 것이다. 즉, 말은 성인의 탄생을 알리고 또 암시해 주는 예시적 동물(例示的 動物)인 것이다.

천마총은 그 큰 규모나 화려한 부장품으로 보아 왕릉으로 추정되는데, 이 고분에서 출토된 천마는 백마이며, 혁거세 탄생신화에 나오는 말 또한 백마이다. 이렇게 볼 때 백마는 최고 지위의 군주인 조상신이 타는 말임을 알 수 있다.

말은 왕과 장수(將帥)의 능력과 깊은 관련이 있다. 금와왕은 주몽에게 말을 기르게 했는데, 주몽은 준마를 알아보고 일부러 적게 먹여 파리하게 하고, 노마(駑馬)는 잘 먹여 살찌게 하였다. 이후 마구간을 둘러본 금와왕은 살찐 말은 자기가 타고, 파리한 말은 주몽에게 주었다. 명마를 알아보는 능력과 말을 다루는 능력은 왕으로서의 자질이나 능력에 직결된다. 또한, 훌륭한 장수가 태어나면 어디에선가는 명마가 함께 태어나고 장수가 죽으면 말도 함께 죽는다. 또 명장 뒤에는 명마가 항시 따라 나온다. 즉, 장수의 탄생과 백마의 출현은 항상 함께 이루어진다.
현대인들도 명마(名馬)를 타고 다닌다
말(馬)에 대해 강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때마다 “혹시 오늘 말 타고 오신 분 없으신가요?”하고 질문하면 모두 픽 웃는다. 옛날도 아니고 차가 쌩쌩 달리는 오늘날 말 탈 이유가 없다는 표정이다. 그러나 “포니, 갤로퍼, 에쿠스 승용차를 타보거나, 타고 오신 분?” 혹은 “얼마 전 여행갈 때 천마관광, 은마관광, 백마관광의 버스를 타시지 않으셨습니까?”라고 하면 몇몇은 고개를 끄덕인다. 대부분은 말이란 동물은 경마장이나 동물원에 있는 동물이지 현대생활하고는 멀어도 한참 멀다고 생각하는 표정이다. 그러나 “택시가 달리면 요금미터기에서 말이 달리는 모습을 보신적있나요?”, “오늘 아침에 출근하면서 말표 구두약으로 구두를 닦으신 분?”하고 질문한다. 더 나아가 “어릴 때 말표 고무신, 말표 운동화를 싣지 않으셨나요?”하면 그제야 대부분 박수를 치며 동의한다. 현대인들도 말을 타고 다닌다.
말은 뛰는데 적합한 구조로 되어있다. 말의 이미지는 건각(健脚), 즉 튼튼한 다리다. 그래서 말은 다리와 관계되는 신발, 교통·통신과 관계되는 자동차 이름에 단골로 등장한다. 자동차 포니(pony)는 영어로 예쁘고 귀여운 작은말을 뜻하며 신차의 수려하고 매력적인 선의 흐름과 실용성을 상징한다. 한국 최초의 고유모델 승용차로서 세계 곳곳을 달리는 ‘한국산 조랑말’의 이미지를 잘 나타낸다. 갤로퍼(galloper)는 ‘질주하는 말’이라는 의미이다. 갤로퍼 최고의 혈통과 기품을 지닌 명마(名馬)로 다른 말과는 비교되지 않는 질주능력과 지구력을 지닌 말을 뜻한다. 갤로퍼의 로고에 말이 표시되어 있다. 에쿠스(equus)는 말의 학명 중 하나이다. 에쿠스는 라틴어로 신화에 나오는 개선장군의 말, 멋진 마차, 천마를 의미한다. 은마관광, 천마관광, 파발마 등에서 말 상징을 이용한 것은 당연하다. 말표 고무신·운동화, 말표 구두약은 말이 지니는 건각(健脚)의 이미지를 활용한 것이다.
말의 미래전설(未來傳說)은 계속 된다. 말 달리자 !

- 글˚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문학박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