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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8월 - 우리가 지켜야 할 전통혼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3-12-27 조회수 : 4102

 

 

언젠가 한 외국인이 한국의 젊은 남녀가 교회나 성당 등도 아니고 상업적 시설인 웨딩홀을 빌려서 결혼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며 왜 그런 것인가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그 질문에 ‘결혼식이란 많은 친척과 지인들이 모인 사람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새로운 부부의 탄생을 공식적으로 허락받고 알리기 위한 것이다. 그러기 위해 우리나라 현실적 여건에 맞게 집이 아닌 외부 장소에서 많은 사람들을 초대하고, 초대된 사람들을 대접할 수 있도록 정착된 것이 웨딩홀 결혼문화이다. 또한 교회나 성당에서도 당사자의 신앙에 따라 결혼식이 이루어지고 있다.’ 라고 설명하였지만 왠지 그 설명이 불만족스러웠다. 우리의 정서에 맞고 동양의 사상과 민족문화의 혼이 담긴 전통혼례가 왜 국적을 알기 어려운 서양식 결혼식에 밀려 위축되고 사라지게 되었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근대화를 위한 혼란기와 일본 강점기의 민족문화 말살정책, 젊은이들의 자유연애, 여성해방, 사고방식의 변화 등도 큰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좋은 문화는 보존하고 나쁜 문화는 개선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라면 우리나라의 전통혼례는 현대의 삶에 맞게 일부 개선을 하고 충분히 다시 대중화하여 지켜나갈 수 있는 좋은 전통문화라고 생각한다. 전통혼례가 보다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대중에게 전통혼례가 친숙해질 수 있도록 자주 알리는 기회를 마련하고 현대인의 삶에 맞도록 현실에 맞게 정비하여 소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 2001년부터 시작하여 13년째 실시해 오는 ‘전통혼례재현 및 신행길놀이’ 행사는 전통혼례의 보급을 통한 활성화와 전통의 보존을 위해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부터 소개하는 ‘우리나라의 전통혼례’와 재단의 전통혼례재현 사업 설명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전통혼례재현행사와 함께 전통문화의 멋을 느끼고 보존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전통혼례
우리는 전통혼례라 하면 우선 복잡한 절차와 형식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모든 의례의 기본 목적은 형식보다 그 뜻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통혼례의 깊은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절차보다는 절차에 담긴 뜻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 고대(古代)의 전통혼례
고대 중국의 공자께서 그 당시 우리나라를 가리켜 예를 숭상하는 군자의 나라, 살고 싶은 나라라고 칭송할 정도로 우리의 조상들은 예를 숭상하고 지켰다. 현재 정확한 문헌기록이 존재하지 않고 고서(중국)에 언급된 내용을 참고할 수밖에 없지만, 의식과 생활의 곳곳에 예를 지키는 일정한 격식과 절차가 존재하였다고 본다. 우리나라 고대의 혼례풍습은 유교적 절차와 달리 신부집에서 혼례를 치루고, 데릴사위 풍속 등이 존재했음을 문헌자료를 통해 알 수 있다. 또한, 액을 막고 새로 출발하는 부부의 불안을 덜어주는 주술과 벽사의 흔적 등과 같은 고대 혼례의 모습도 일부지방의 혼례의식 절차에 현재 내려오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이러한 고대 혼례풍습은 불교가 국교로 정해진 시기를 거치고, 유학이 전래되고 기존의 세속적인 것이 배척되는 시기를 지나면서, 혼란의 시기에서 새로운 문화와 융합됐다고 볼 수 있다.


● 오늘날의 전통혼례(고려 말~조선시대)
- 유교식 혼례문화(주자가례)와 세속풍습의 융합
우리가 오늘날 알고 있는 전통혼례의 모습은 주자학(朱子學)이 들어오면서 체계화된 예서(禮書)인 주희(朱熹)의 가례(家禮)가 전해 내려오고 부터 확립되었다. 유학자들은 중국의 예법을 들여와 우리나라에 적극 시행하였고 그것이 전통혼례의 기본 틀이 되었다. 그러나 이것이 외국에서 들여온 것이니 ‘우리 것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현존하는 우리나라의 예법에 중국의 예법을 그대로 하는 예는 찾아보기 힘들고 우리에게 맞지 않는 것은 따르지 않거나 생략하여 이미 사라졌으며, 점차 모든 예법을 우리에게 맞게 현지화하여 시행하고 있으므로, 지금의 전통혼례의 모습은 우리의 예법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전통혼례는 오랜 세월 동안 우리식으로 현실화된 명백한 우리의 가정의례이다.

 

전통혼례의 절차

주자가례의 육례와 그 간소화 예법인 주자사례가 함께 전해진 우리나라에서 혼인의 과정과 그에 대한 명칭이 지방에 따라 다소 상이하게 행해지기도 하여졌으나 그 전체적 흐름은 크게 ①혼인 준비 과정, ②혼례 본 절차(대례절차), ③혼례 이후 절차의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혼인 준비 과정

 

01 _ 의혼 (議婚 : 혼담의 왕래)
일가친적이 혼인 상대를 구하기 위해 의논하고 중매인을 통해 양가의 의사를 알아보는 절차이다.


02 _ 납채 (納采 : 사주보내기)
양가가 혼인하기로 결정한 후 약혼의 징표로 삼는 것이 ‘신랑의 사주를 보내는’ 절차이다. 사주에 신랑의 생년월일을 간지(干支)로 적고, 그것을 다섯 번 접어 봉투에 넣는다. 또한 격식을 갖추는 집에서는 사주 외에 청혼서를 같이 보낸다. 청혼서에 주소·관직·성명을 적고 간단한 문구로 혼례 성사의 기쁨을 알린다.


03 _ 혼인 날받이 (택일(擇日), 연길(涓吉))
신부집에서 신랑집에 ‘날을 잡아’ 보내는 절차이다. 이러한 ‘날받이’를 다른 말로 ‘택일’이라고도 하고, 의례의 혼례 기록에 따라 ‘연길’이라고도 하지만 일반 민속관행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용어는 ‘날받이’와 ‘택일’이다


04 _ 혼례를 위해 신랑이 신부집으로 이동하는 절차 (납폐 (納幣 : 함들이기) 포함)


① 비손 (신랑이 사당에서 조상에게 고사를 지냄)
신랑은 신부집으로 떠나기 직전에 조상에게 혼례를 치르러 상대 집안에 감을 알리는(고유 : 告由) 고사를 지낸다. 이것은 손을 비빈다는 말에서 유래했다. 오늘날에는 거의 사라진 의례지만 옛날에는 돌아가신 가문의 조상에게 고하는 절차는 꼭 거쳐야 하는 중요한 것이었다.


② 초행 (初行 : 신랑이 신부집으로 향함)
신랑이 장가들기 위하여 처음 신부집에 가는 걸음이다. 초행 행렬에는 근친의 남자 대표로서 상객(집안 어른)과 이들 상객을 모시는 일행, 함진아비, 교자군(轎子軍), 기타 하인배들이 같이 갔고, 그 규모는 집안과 재력에 따라 달랐다.


③ 대반 (對盤 : 신부집의 신랑 알현과 신랑 일행 임시장소 기거)
신랑 일행인 상객과 후배들을 신부집 가까이에 마련해 놓은 임시 기거소(정방)에 안내하여 모시는 절차이다. 시점까지 신랑은 신부집 음식을 먹을 수 없고, 신부집에서 잘 수도 없기 때문에 신랑은 임시 기거소를 마련하여 머문다.


④ 납폐 (納幣 : 함들이기)
함은 초행길에 신부집으로 가지고 가기도 했지만, 초행 전날 미리 보내기도 하였다. 신랑집에서 함에 넣는 물건은 지방과 사회계층, 빈부에 따라 다르지만 반드시 넣는 것은 신부의 상·하의 두 벌과 패물·혼서지(婚書紙)이다. 혼서지란 위에서 말한 납폐서로서 예장지(禮狀紙)라고도 하는 일종의 혼인문서이다. 함에는 이외에도 비단, 이불, 감, 솜, 돈을 넣고, 부귀다남(富貴多男)을 상징하는 곡물이나 목화씨, 숯, 고추 등을 넣기도 한다.

 

 

 

혼례 본 절차(대례절차(大禮節次))


01 _ 전안례 (奠雁禮 : 신부댁에 기러기를 바치는 의식)

신랑이 신부의 아버지에게 기러기를 바치는 의식이다. 이는 신랑이 신부집에 들어가서 처음 행하는 의례이다. 기러기를 바치는 것은 기러기의 곧은 절개와 믿음, 질서, 의리 등과 같은 속성을 중히 여긴 까닭이다.


02 _ 교배례 (交拜禮 : 서로 상면하고 절을 교환하는 의식)
신랑은 동쪽, 신부는 서쪽에서 초례상을 처음 상면하여, 여자는 짝수(두 번) 남자는 홀수(한 번) 절을 주고받는 의식이다.


03 _ 합근례 (合巹禮 : 표주박 잔에 술을 나누는 의식)
신랑 신부가 서로 표주박잔에 술을 나누는 의식이다. 이는 원래 한 몸이지만 떨어져서 있던 남녀가 다시 하나로 합쳐짐을 의미한다.

 

 

 

혼례 이후 절차

01 _ 동뢰연 (同牢宴 : 초야 전 의식)
유교적 의식은 아니며, 신랑 신부가 혼례복을 갈아입고(관대 벗김) 합궁하기 전 서로 하나가 됨을 상징하는 상(床)을 받게 되는데, 이를 동뢰연(동로연, 방합례)이라고 한다. 어떤 지방에서는 신랑과 상객이 함께 실제로 큰 상을 받아 거의 모든 음식은 손대지 않고 신랑댁으로 보내 이웃과 나누게 하였는데 이 상을 받는 절차를 동뢰연이라고도 하였다. 이는 원래의 의미보다 신랑이 신부집에서 처음 받는 큰상의 의미에 가깝다.

02 _ 합 궁 (合宮 : 첫날밤)
신랑 신부가 첫날밤을 보내는 것으로 신부집 안방 혹은 가장 좋은 방을 신방으로 하였다고 한다. 신랑신부는 신방에서 간단히 인사를 나누는 방합례가 끝난 후 합궁을 하게 되며, 첫날밤 이후 신랑은 신부 부모에게 인사하고 신랑집으로 되돌아오게 된다(지방의 풍습에 따라 신부집에 머무는 경우도 있다)

03 _ 재행 (再行 : 신랑이 처갓집에 다시 옴)
대체로 첫날 초야를 지낸 신랑은 본가를 갔다가 다시 처가에 오게 되었는데, 두 번째 온다는 뜻에서 초행과 구분하여 ‘재행’이라고 하였다.

04 _ 동상례 (同床禮 : 신랑다루기)
재행 온 신랑을 맞이한 신부집에서는 일가친척과 동리사람들이 모여 ‘신랑을 달아매자’고 하여 한판 여흥을 벌이는데 어떤 지방에서는 신량의 건강 상태와 지식을 실험하기도 한다.

05 _ 우귀 (于歸 : 신부가 시집으로 감)
신부가 시집으로 가는 것으로, 신행(新行)이라고도 한다. 또는 신부가 시집으로 오는 의례라 하여 우례(于禮)라고도 한다. 이는 신랑의 초행에 상응하는 것으로, 행렬에는 신부를 비롯하여 상객, 하인, 짐꾼이 행렬을 이룬다. 신부가 신랑집으로 언제 가느냐 하는 문제는 지방과 가문에 따라 풍습이 다르므로 정확히 언급하기 어렵다. 우귀는 혼례 당일 이루어지기도 하였고, 상당 시일이 지난 후에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06 _ 조상보이 (신랑집 사당 배례)
신부가 시댁에 도착한 이후 신랑집의 큰상을 받은 다음 신랑댁의 조상에게 고하는 것으로, 세상을 떠난 선조까지 포함하는 시가 집단에 신부가 드디어 편입되는 의례라고 할 수 있다.

07 _ 폐백 (幣帛)
요즘 웨딩홀 결혼식에도 많은 사람이 폐백을 실시하는데 그 의미와 시행 방법은 다음과 같다. 부계가족 구조에서 신부가 친정을 떠나 시가에 편입되는 의미를 가장 단적으로 표현해 주는 ‘통합의례’가 바로 ‘폐백’이다. 예전의 혼례에서는 폐백을 구고례(舅姑禮)라고 하였다. 폐백의례에서, 신부는 친정집에서 장만해온 술·닭·밤·대추 등을 차려 놓은 후에 시부모를 우선으로 하여 시가의 근친에게 차례로 큰절을 한다. 이때 며느리에게 절을 받은 시부모는 신부의 치마폭에 대추를 던져주고 덕담을 해 준다. 또한 답례로서 며느리의 저고리감을 준비하는 경우도 있었다. 신부는 폐백 이후 시부모에 대한 아침저녁 문안과 삼일입주(三日入廚) 등 가신신앙에 대한 의례 등을 거치면 비로소 시댁의 집안일에 참여하게 된다.

08 _ 근친 (覲親 : 신부 친정집 가기)
시집온 신부가 친정에 가는 것이다. 혼례를 올리고 얼마 되지 않아 ‘친정 나들이’를 갈 때는 빈손으로 갈 수도 있지만, 1개월 또는 1년 뒤에 가는 경우는, 떡과 술을 해 가지고 신랑신부가 함께 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렇게 친정으로 근친했던 신부가 시가에 다시 돌아오면, 이로써 혼례의 전체과정이 모두 끝난다.

 

 

 

‘2013년 전통혼례재현 및 신행길놀이’ 소외지역을 찾아가는 행사 진행
2013년 ‘전통혼례재현 및 신행길놀이’는 소외지역 학교 및 외국인 교육기관 등 전통문화 소외 지역을 직접 방문하여 우리 고유의 혼례문화를 알리고, 전통혼례의 흥과 멋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전통혼례의 복잡한 절차를 시연과 설명, 공연 등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향유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현대식 결혼문화에 잊혀져 가고 있는 우리 고유의 혼례문화를 이해하고 관심을 갖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글˚조시영 (한국문화재보호재단 문화예술실)